매일신문

[시론] 강을 강답게 살리는 길

4대강 살리기 사업 다양한 청사진, 지역재생 등 여러 측면과 함께 고려

올해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90주년이 되는 해이다. 최근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국내외에서 개최되었다. 90년 전인 1919년, 그해 임시정부가 있던 상해에서 행한 연설에서 도산 안창호 선생은 한국을 개조하여 문명한 한국을 만들자고 하면서 심지어 강과 산까지도 개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른바 강산개조론이다. 도산은 강과 산을 개조하는 일이 국민의 행복과 관련된다고 했다. 나아가 강산개조가 산업과 과학발달에도 관계가 있고 강산개조를 아니하면 그 폐해가 민족을 약하게 만든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창했다.

"…이제부터 우리는 이 대한을 개조하기를 시작하여야 하겠소… 이제부터 곧 시작하여야 할 것이오. 만일 이 시기를 잃어버리면 천만년의 유한이 될 것이오.… 우리 도시와 농촌도 개조하여야 하겠소. 심지어 우리 강과 산까지도 개조하여야 하겠소… 저 문명스럽지 못한 강과 산을 개조하여 산에는 나무가 가득히 서 있고 강에는 물이 풍만하게 흘러간다면 그것이 우리 민족에게 얼마만큼 행복이 되겠소… 만일 산과 물을 개조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자연에 맡겨두면 산에는 나무가 없어지고 강에는 물이 마릅니다. 그러다가 하루아침에 큰비가 오면 산에는 사태가 나고 강에는 홍수가 넘쳐서 그 강산을 헐고 묻습니다. 그 강산이 황폐함을 따라서 그 민족도 약하여집니다… 여러분이 다른 문명한 나라의 강산을 구경하면 우리 강산을 개조하실 마음이 불 일 듯하시리라…."(주요한 편저, 안도산 전서, 1979).

도산 선생이 강산개조론을 주창한 지 9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 등 4대 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우리의 강을 강답게 살리는 사업으로 다양한 성격을 지닌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강물을 생활용수, 산업용수 등으로 잘 이용하기 위한 이수(利水)사업이다. 그리고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 및 가뭄의 근원적 예방을 도모하기 위한 치수(治水)사업이다. 또한 강물을 풍만하게 하기 위한 풍수(豊水)사업이며 강물에 맑은 물이 흐르도록 하는 청수(淸水)사업인 동시에 사람이 강물과 친하여 레포츠와 관광 문화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친수(親水)사업이다. 4대 강 살리기 사업은 이런 다양한 성격을 잘 통합해서 추진되어야 한다.

강을 강답게 살리는 일은 강의 본류를 포함하고 나아가 수많은 지류 중에서 우선순위를 가려 순차적으로 추진할 때 그 효과가 더욱 크게 된다. 더욱이 도시재개발 사업 등 지역재생사업과 연계하여 추진하면 투자효과가 4배정도 높아진다는 것이 일본의 사례에서 드러나고 있다.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 가령 4대 강 살리기 사업에 약 14조원이 투자되면 19만명의 취업이 유발되고 다양한 산업부문에서 다양한 일자리 창출효과가 있다. 발생하는 일자리 중에서 건설업에서 63.2%, 서비스업에서 20.5%, 제조업에서 13.8%가 발생하는 등 건설업 외에 타 산업에서 36.8%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또한 단순 근로직의 일자리는 전체의 16.4%, 관리 및 전문직 8.7%, 준전문가 및 사무종사자 17.1%, 장비 및 기능인력 57.2% 등 비단순직종에 84.6%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4대 강 살리기 사업을 녹색성장사업과도 긴밀히 통합하여 추진하면 녹색산업육성과 녹색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강을 활용하여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 특히 강변을 따라 자전거 길, 습지 등 생태공원, 그리고 문화관광벨트를 구축할 수 있다.

낙동강 살리기 사업의 청사진도 이렇듯 여러 측면에서 연계, 통합적 관점에서 입안하고 추진하면 방대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낙동강을 끼고 있는 여러 지자체 간의 대승적 협력과 중앙정부와 지자체, 지역주민의 대공조가 절실하다.

박양호(국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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