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기는 독도] 해양환경-어패류②

▲ 독도 김성도 이장 내외가 4월초 물질로 따온 홍합을 까고 있다.
▲ 독도 김성도 이장 내외가 4월초 물질로 따온 홍합을 까고 있다.

"절대 갈고리를 손목에 걸지 마라!"

독도에서 '물질'을 배울 때는 조개 잡는 갈고리를 손목에 걸면 안 된다는 주의를 받는다. 스쿠버들은 바위에 붙은 전복이나 소라를 따려고 작은 호미처럼 생긴 갈고리를 가지고 물속에 들어가기 마련이다. 흔히 갈고리는 헤엄칠 때 빠뜨리기 쉬워, 자루 끝에 끈을 달아 잘 빠져나가지 않도록 손목에 찬다.

스쿠버는 수면을 유영하다가 소라나 전복을 발견하면 크게 숨을 들이쉬고 잠수해 건져낸다. 그러나 바위에 붙은 전복은 쉽게 딸 수 없다. 갈고리를 걸어 순식간에 당겨야 전복이 떨어진다. 독도 전복은 워낙 씨알이 굵어 초보자들이 갈고리로 어설프게 건드리면 바위에 찰싹 달라붙어 꿈쩍도 않는다. 이때 손목에 건 갈고리를 재빨리 벗겨내 탈출하지 못하면 큰 사고를 당할 수가 있다. 그래서 손목에 갈고리를 걸지 말라고 한다.

독도에서는 보통 밥공기 뚜껑만한 전복은 새끼, 즉 치패(稚貝) 정도로 취급 받는다. 웬만한 접시 크기는 되어야 건져낸다. 독도 전복이 울릉도 전복과 다른 것은 살집이 두텁고 육질이 부드럽다는 것이다. 큰 것은 하나에 1.3㎏까지 나간다. 이 독도산 전복은 일명 '왕전복'으로 불린다. 왕전복은 울릉도산에 비해 ㎏당 2만~3만원 정도 더 쳐서 받는다.

독도에는 1993년부터는 경상북도·울릉군·어촌계·경상대학에서 13년 동안 6억여원을 들여 47만미의 전복 치패를 방류한 적이 있다. 그러나 연안의 참전복 치패를 독도에 방류해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에 경북도는 지난해부터 10개년 계획을 세워 '독도 전복' 어장 복원사업에 나섰다.

독도 전복 복원사업은 우선 독도 근해어장 관리 주체인 울릉군 도동어촌계에서 잡은 전복 전량을 경북수산자원개발연구소에서 수매하면서 시작된다. 수매한 전복은 모두 부경대학에 보내 유전자 감식을 통해 '독도 전복'만 고른다. 그 다음 이들 2세 치패를 길러 독도 앞바다에 방류한다. 현재 독도 전복사업은 25미의 종패(種貝)에서 2만여미의 치패를 확보, 새끼 전복을 기르고 있는 상태. 10만미 정도의 치패가 확보되는 내후년쯤이면 본격적으로 치패를 독도 근해에 뿌리게 된다.

독도 앞바다에서 전복보다 비교적 흔하게 만날 수 있는 패류(貝類)는 참소라, 일명 뿔소라이다. 껍데기가 뿔처럼 삐죽삐죽한 참소라는 여름바다 풍경에 곧잘 등장하는 '낭만 소라'. 참소라는 우리나라 동남해안에 고루 분포하지만 울릉도 근해에서 특히 많이 산출된다.

한때 참소라는 오징어와 더불어 울릉도 어민들의 주수입원이었다. 참소라 팔아 자녀들 대학시키고 시집 장가보냈다. 울릉도산, 특히 그 중에서도 독도산은 역시 크기가 월등하다. 20여년 전에는 참소라 전량을 일본으로 수출했다.

당시만 해도 참소라는 ㎏당 4천원선. 그러나 일본이 참소라 양식에 성공하면서 판로가 막히자 참소라를 잡는 사람이 없어졌다. 참소라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수매가격이 비슷하다. 천대받다보니 독도 앞바다는 참소라가 지천이다.

울릉도에 관광객들이 오면 특미로 홍합밥을 많이 찾는다. 홍합밥은 밥을 지을 때 홍합을 함께 넣어 짓고 나중에 양념장에 비벼먹는 일종의 구황식이다. 이 홍합 역시 독도산은 한 시세 더 쳐준다. 독도 홍합은 우선 크기가 남해안의 양식홍합과는 비교가 안 된다. 깐 홍합 20알 정도면 1㎏이 넉넉하다. 독도 홍합 1㎏에 1만원이면 홍합 한 알당 500원 정도는 치이는 셈이다.

특히 희귀하게 보이는 대왕홍합은 날 것으로도 먹을 수 있는데 이곳 사람들 사이에선 스테미나식으로 알려져 있다. 스쿠버 다이버들은 독도 서도 북동쪽 가제바위 부근에 가면 홍합이 새끼에 새끼를 쳐서 3,4중으로 층을 이루고 맨 아래층에 눌린 것들은 자연 폐사하고 있다고 전한다.

지금은 독도에 살고 있어도 독도 전복, 참소라, 홍합을 먹을 기회가 흔하지 않다. 앞으로 7,8년 후쯤 독도 전복 복원사업이 끝나면 '왕전복', 아니 명실상부한 '독도 전복'이 탄생할 것이다. 그 때는 독도에 횟집이 들어서고 '독도 전복' 물회도 맛 볼 수 있을까. 동해에 발 담그고 전복회에 소주 한 잔이면…. 전충진기자 cjje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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