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님 때문에 안강을 뚫기가 더 힘든 것 아시죠?"
이채관 후보는 지원 유세를 위해 19일 안강읍 5일장을 방문한 이회창 총재에게 감사 인사는커녕 책임(?)을 물었다. 사정은 이랬다. 안강은 이 총재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 시절 몰표가 나온 곳. 그런 정서를 이 총재가 만들었기 때문에 자유선진당 후보로서 깨기가 어렵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12시쯤 불고기로 오찬을 한 두 사람이 인근 커피숍에서 기자와 만나 나눈 대화 중 일부다. 선거에서 후보자를 따라다니다 보면 이렇게 공식 선거 운동에서 보지 못하는 실상을 보게 된다.
이동 차량 속에서도 그랬다. 이 후보는 이날 이 총재와 함께 안강을 출발해 황성공원에 도착하기 전까지 버스 안에서 선거 대책을 논의했다.
박선영 대변인이 읍내의 혜화마트에서 연설한 '포항을 피해 안강 쪽에 설치된 어래산 철탑 문제'를 황성공원 유세에선 더욱 강조해야 하고, 한수원 이전과 관련해 20일 열리는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김용구 의원이 캐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여명의 당 지도부가 각자의 의견을 내놓자 순식간에 버스는 이동선거사무실로 변했다.
황성공원에 도착한 이 후보는 '술과 떡 잔치'에 모인 인파를 헤치고 이 총재를 행사장 안으로 안내했다. 이 총재를 알아보는 시민들이 많아 이 후보는 일일이 "제가 바로 기호 3번 이채관입니다"를 연발했다.
행사장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이 총재는 "친이-친박 갈등으로 경주가 갈갈이 찢어지고 있다"고 했고, 이 후보는 "삼국통일 주체 세력인 신라 화랑과 같이 경주엔 젊은 일꾼이 필요하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오전 7시부터 시작한 유세는 황성공원(산악회원 인사)-안강(시장 유세)-황성동(술과 떡 잔치)-경주역(유세)-경주 시내(저녁인사)를 거쳐 오후 10시쯤 선거운동이 끝났다. 저녁을 제대로 챙기지 않은 이 후보는 부인이 사무실 냉장고에 마련한 된장국과 김치를 꺼내 식은밥으로 허기를 달랬다. "오늘 분위기 정말 좋았습니다. 오늘 같은 기분이라면 찬밥도 진수성찬으로 느껴집니다. 내일은 어떤 희망을 갖게 될지 벌써부터 설렙니다." 몇분 새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운 이 후보는 곧바로 다음날 대책회의를 시작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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