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장법인도 종업원 줄인 곳 절반 넘었다

위기가 찾아오면서 상대적으로 재무건전성이 좋은 상장기업들마저 식구를 줄이고 있다. 일자리 사정이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거래소 대구사무소(소장 배정득)가 대구경북지역 12월 결산 상장법인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역내 상장법인 절반 이상이 지난해 종업원 숫자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12월 결산법인 중 비교 가능한 82곳(유가증권시장 30곳, 코스닥시장 52곳)의 지난해(2008년) 종업원 숫자와 직전해(2007년) 종업원 숫자를 비교하자 전체 82곳 중 절반이 넘는 47곳의 기업에서 식구가 줄어들었다.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30곳 중 19곳이 감소했다. 전체 3분의2에 이르는 기업이 책상과 작업대를 줄인 것이다.

역내 최대 기업인 포스코가 600명이나 줄이면서 전년에 비해 3.47% 종업원 숫자가 감소했다. 실적이 그 전해보다 좋아졌던 대구은행(2천832명→2천816명)까지도 0.56%의 종업원 감소세를 보였다.

대구 성서공단의 현대금속은 30.88%나 종업원 숫자가 줄어들었고 코리아데이타시스템은 21.88%가 쪼그라들었다. 대구경북 대표적 대형 섬유업체인 성안은 2007년 241명이었던 종업원이 212명으로 줄어들면서 12.03% 감소했다.

종업원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남선알미늄(76.98)이었으나 이 기업은 인수·합병으로 인한 것이어서 매출증대와는 큰 관계가 없다고 거래소는 설명했다.

그러나 제일모직은 지난해 10.03%(286명)나 그 전년도보다 종업원이 증가, 노동시장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됐다.

코스닥시장에서는 52곳 중 28곳의 기업에서 식구가 줄어들었다.

리노셀은 무려 83.91%나 줄었고 루멘디지탈도 53.57%나 감소했다.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로 인행 큰 손실을 입은 아이디에이치는 10.88%나 식구가 쪼그라들었고 참테크글로벌도 23.38%나 종업원이 줄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두자릿수의 식구 감소세를 보인 기업이 14곳이나 됐다.

그러나 태양광 사업 확장을 노리는 유비트론은 53.33%나 종업원이 늘었고 아바코도 영업호조로 34.71%나 식구가 증가, 나름대로 선전한 기업도 눈에 띄었다.

이번 조사대상에 오른 대구경북지역 상장법인의 지난해말 현재 직원 숫자는 4만8천200명으로 2007년도말에 비해서는 1.21%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식구가 늘어난 기업은 영업이 잘됐다기보다 흡수·합병에 따른 경우가 대다수로 실제 식구는 줄어든 것으로 거래소는 파악했다.

한국거래소 대구사무소 배정득 소장은 "심각한 경기불황으로 인해 식구를 줄인 상장기업이 많았다"며 "대구경북지역은 직원수가 500명 이하인 법인이 82곳 중 64곳을 차지, 전체 상장법인의 78%가 중소규모 업체인데 때문에 경기 영향에 따른 일자리 충격파가 더 클 것"라고 했다.

한편 재벌닷컴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10대 그룹의 직원수도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평균 0.1% 증가에 그치면서 심각한 일자리 기근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