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수성구청 공무원, 아동급식비 1천만원 횡령

대구수성구청 공무원이 저소득층 아동에게 지급되는 결식아동급식비 1천여만원을 수개월 동안 횡령하다 감사원 감사에 적발됐다.

서울, 부산, 해남 등지에 이어 대구에서도 복지보조금 횡령사건이 드러남에 따라 대구시와 감사원은 다른 구·군청에서도 유사 사례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대대적인 감사에 나설 방침이다.

◆결식아동 수 부풀려 횡령=대구 수성구청은 22일 사회복지직 7급 공무원인 A(42)씨가 지난해 사회복지과 청소년·아동업무를 담당하면서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초·중·고교생 자녀에게 지급되는 급식비 1천200만원 상당을 횡령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돼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개월에 걸쳐 방학 및 토·일요일 결식아동들에게 지급되는 급식비를 실제 인원수보다 부풀리는 식으로 지금까지 1천200만원 상당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급식비는 평소 교육청이 지급하지만 방학 때나 주말·휴일·공휴일에는 교육청에서 명단을 넘겨받아 지자체가 1인당 3천원씩을 지급하는 점을 악용했다고 구청 측은 설명했다.

수성구청은 지난해 국비와 지방비를 포함해 13억여원에 달하는 급식비 예산을 4천400명에게 지급했으며, A씨 혼자서 이를 관리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지난해 5월부터 관련 업무를 맡아오다 이달 초 정기인사에서 다른 부서로 옮겨 근무 중이다.

◆시스템 보완 시급=사회복지예산 횡령수법은 비교적 간단했다. 지금껏 문제가 된 대부분 횡령 사건은 구청과 주민센터의 복지 업무 담당자들이 지급 대상자와 금액을 과다하게 보고해 보조금을 타낸 뒤 이 가운데 일부를 자신의 차명계좌로 이체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시스템의 허점은 업무 담당자가 은행으로 계좌번호 등을 넘기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은행 측은 입금 대상자와 실수령자 일치여부를 확인조차 하지 않을뿐더러 확인할 방법조차 없다. 공무원이 '딴 마음'을 품고 가상 인물을 추가한다고 해도 누가 실수령자인지 밝혀낼 수 없는 실정이다.

정기 감사와 수시로 이뤄지는 감사원 감사도 횡령을 밝혀내기란 쉽잖다. 한 구청 감사담당 공무원은 "수천명의 대상자 명단과 은행계좌 입금 내역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대조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단 며칠간 이뤄지는 감사 기간 내에 몇 명의 감사 인력만으로 이를 일일이 대조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담당 직원 외에는 복지 전산망을 열람할 수 없는 현재의 업무방식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중 확인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아 담당 직원에게 보조금 지급 업무의 전권이 주어져 있는 것이 현실. 한 구청 공무원은 "복지관련 분야만 해도 100여개가 넘는데 복지 담당 공무원은 70여명에 불과하다"며 "늘어나는 복지 예산에 비해 제도와 인력 보완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겠느냐"고 털어놨다.

감사원은 복지급여 전산시스템의 허술한 구조와 내부통제 기능 미흡 등으로 이 같은 횡령 사례가 전국에 산재해 있을 것으로 보고 오는 27일부터 대대적인 감사를 펼칠 예정이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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