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나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을 느낀다. 유럽에서는 창가 쪽에 아름다운 꽃으로 장식해 집주인뿐만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꽃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주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귀한 손님이 오면 오전에 두 시간만 피고 지는 나팔꽃을 꽂아 놓는다. 늘 피는 꽃은 항상 볼 수 있지만 두 시간만 피고 지는 나팔꽃을 꽂음으로써 짧은 시간이지만 꽃의 가장 아름다운 때를 보여주고자 하는 주인의 배려다.
우리나라에서도 음식 접시에 꽃을 놓아 음식을 맛깔스럽게 하고 심지어는 먹을 수 있는 꽃까지 등장, 새로운 별미로 각광받고 있는 추세이다. 이 모두가 꽃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삶의 여유이기도 하다. 평생을 꽃에 대한 사랑 하나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꽃에 대한 식을 줄 모르는 열정으로 살아가고 있는 강귀옥(62) 현대화예협회 이사장.
1970년 경북대 체육학과를 졸업한 강씨는 무용교사로 부산에서 8년간 교직생활을 하던 중 30세의 나이에 꽃꽂이에 입문했다.
"무용교사는 젊고 예쁘고 날씬(?)해야잖아요. 나이가 들어서도 인생 2모작을 할 수 있는 게 꽃꽂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시작한 꽃꽂이 길을 32년째 걷고 있다. 처음엔 일반 꽃꽂이학원에서 배우기 시작했고 꽃에 대한 남다른 관심으로 오로지 꽃꽂이에만 매달렸다. 8년 정도 교사생활을 한 덕분인지 시작 3년 만에 주위에서 "가르쳐 달라"고 요청할 수준에 이르렀다. 꽃꽂이를 배우는 동안 계모임'동창모임 등 외부행사에 일절 참석하지 않고 오로지 꽃꽂이에만 매달렸다. 3년 만인 1980년경에 꽃꽂이 사범자격증을 따 본격적인'꽃사랑 전령사'로 나서기 시작했다.
"골프'서예 등 어떤 취미활동이라도 일단 목표를 정하면 한 곳에 전념해야만 나중에 실력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피겨여왕 김연아를 보십시오. 아이들에게도 이것저것 찔끔찔끔 가르쳐서는 큰 효과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강씨는 아이 교육도 한 분야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강씨의 지칠 줄 모르는 꽃에 대한 열정의 결실로 1996년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서 관인 꽃꽂이전문학원(화원아카데미)을 설립했다. 학원 초창기에는 꽃꽂이를 사치로 여기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도 감수해야 하는 등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많은 심적 갈등을 겪기도 했다고. 강씨는 "선진국이 될수록 꽃을 많이 소비하는 패턴이 형성되어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연간 1인당 2만원 정도 투자하지만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한국의 10배에 해당하는 1인당 20만원 정도를 꽃문화를 누리기 위해 투자, 소비한다"고 강조했다.
꽃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가르치고 싶은 강씨는 1999년 대구대 평생교육원 '학점은행제'강사로 출강하면서 그 꿈을 키워나가게 됐다. 그해 대구가톨릭대 디자인대학원 플로랄디자인학과 1기로 입학, 미술학 석사를 받았으며 내친김에 1997년 말부터 독일과 프랑스를 오가며 3년여 동안 노력한 끝에 2001년 마침내 독일국가공인 플로리스트와 2003년 플로리스트마이스터 2개의 자격증을 따냈다. 또한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화훼장식 기사 국가자격증도 취득하는 등 명실공히 장인의 반열에 드는 결실을 맺었다.
'플로리스트'가 자연의 생태적인 것과 조형예술의 미적 감각을 조화롭게 표현하는 꽃예술가라면 '마이스터'는 꽃예술 분야의 장인(匠人)으로 불린다. 유러피안 플라워 디자인의 본고장인 독일에서 최고로 인정받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독일은 학력보다 철저한 기능 위주, 진정한 실력과 장인정신을 가진 사람에게 자격증을 부여한다. 독일 국가고시인 '플로리스트(Flolist)'와 '마이스터(Meister)'는 색채학'형태학'양식론 등 이론과 세미나'실기과정을 통해 기초과목을 이수해야 응시자격을 주는 까다로운 관문을 거쳐야 한다.
강씨는 1995년 대백프라자에서 '웨딩플라워쇼'를 시작으로 프린스호텔'한국패션센터'KBS본관전시장 등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2006년엔 호텔인터불고컨벤션홀에서 대구시와 전국의 지인 700여명을 초청해'아트 플라워 쇼'도 열었으며 지금도 대구대 겸임교수와 중앙대 강사로 활동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앞으로 꽃 예술가들이 우리의 전통이 담긴 꽃꽂이 문화를 계승'발전시키는데 주력하고, 국가 공인 자격제도 등을 비롯한 정부의 체계적인 육성정책이 뒷받침되면 우리의 꽃문화 위상도 높아질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의 장인정신을 세계에 알릴 때입니다."
32년간 꽃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마침내 꽃꽂이 명장의 반열에 오른 강귀옥씨의 웅변이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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