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먹을 정도로 맵게 해주세요!"
경기가 어려운 탓일까. 유난히 매운 음식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흔히 매운맛은 '맛'이 아닌 '고통'으로 인체에서 받아들이기 때문에 두뇌와 감정을 자극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성보다 감성을 활성화해 엔도르핀의 생성 및 분비를 촉진시켜 스트레스 해소 등 기분 전환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한의학에서도 매운맛이 기운을 발산하는 효능을 지녀 마음속 우울함을 해소해준다고 소개돼 있다.
대구는 유명한 짬뽕집들이 많은 도시인데, 최근엔 아예 '짬뽕'을 전면에 내세운 중국집들이 늘고 있다.
'짬뽕만 258'(053-257-0258)은 1년 전, 남기석 사장이 '중국음식점의 으뜸 메뉴인 짬뽕으로 승부를 걸자'는 생각으로 짬뽕전문점으로 개업했다. 자장면'탕수육 등 메뉴는 여느 중국집과 같지만 상호에 '짬뽕만'을 넣을 정도로 짬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게'다시마'해초류'야채 등을 넣어 여섯시간 이상 푹 끓인 해물 육수를 사용해 시원하고 칼칼한 것이 특징. 오전 9시에 문을 열면 숙취 해소를 위해 짬뽕을 찾는 직장인들이 줄을 잇는다. 남 사장은 "취향에 따라 매운맛을 조절해주는데, 요즘 부쩍 더 맵게 해달라는 주문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짬뽕만 258'은 일반 고춧가루와 청양고춧가루의 양으로 매운맛을 조절한다. 전체 메뉴는 일반 중국집과 똑같지만 짬뽕을 찾는 사람이 80%에 이른다고 한다. 삼선짬뽕 4천500원, 삼선자장면 3천500원.
금산삼계탕 김창민 사장은 6개월 전 '지금은 짬뽕시대'(053-767-3630) 문을 열었다. 처음 개업했을 때 사람들은 '왜 하필 짬뽕이냐?'고 했다. 김 사장은 "짬뽕을 제일 많이 먹는 도시가 바로 대구"라고 답했다. 김 사장은 짬뽕을 한층 고급화했다. 각종 해물'북어'닭육수 등으로 육수를 만든다. 어린 시절 중국집에서 4년간 일한 경험이 있는 김 사장은 "제일 만들기 쉬운 것도 짬뽕이요, 맛을 내기에 제일 힘든 음식도 짬뽕"이라고 정의한다. 만만한 음식이었던 짬뽕에다 전복 등을 넣고 고급화, '접대 가능한 짬뽕'으로 격상시켰다.
'지금은 짬뽕시대'에도 매운맛을 찾는 고객들로 북적인다. "요즘 고객들에게 매운 건 용서되는데, 안 매운 건 용서가 안 돼요. 열명 중 여덟아홉은 매운 짬뽕을 좋아하죠."
'지금은 짬뽕시대'는 내친김에 고급화 전략을 선택, 대구에서 처음으로 무료 중화요리 뷔페를 마련했다. 짬뽕을 먹으러 온 고객들은 탕수육'깐풍기'잡채 등을 무료로 즐길 수 있게 됐다. 김 사장은 "고급화한 짬뽕만으로 승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빨강짬뽕 8천원, 통합짬뽕 1만2천원.
경제불황이 깊어질수록 매운맛이 인기를 끈다는 속설을 입증하듯, 외식업체들도 잇따라 매운 메뉴를 출시하고 있다.
그간 매운맛 메뉴로 사랑받았던 라면이나 '불닭' 등의 메뉴를 뛰어넘어 햄버거'피자'오므라이스 등 서구적인 음식에도 매운맛이 각광받고 있다.
버거킹은 최근 세계에서 가장 맵다는 멕시코 고추 '하바네로'를 넣은 매운맛 버거 '앵그리 와퍼주니어'를 출시했고 '지정환임실치즈피자'는 맞춤형 매운 피자 핫멕시칸 피자를 최근 출시했다. 일본 면요리 전문점 '하꼬야'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매운맛 라멘 '아카사카'를 출시했다. 역시 3단계의 매운맛의 정도를 선택할 수 있다. '놀부 부대찌개'는 청양고추를 사용한 '매운 해물닭철판구이'를 선보였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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