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十景] ③거북산(연귀산)의 봄 구름

▲ 연귀산 정상 제일중학교 교정에서 바라 본 봄 구름.
▲ 연귀산 정상 제일중학교 교정에서 바라 본 봄 구름.

거북산(연귀산) 흐릿하여 금오산 같은데,

무심히 피는 구름 또한 뜻이 있으리.

온 땅의 생물들이 바라는 바 있으니,

아무 뜻 없이 단비를 이루겠구나.

-------서거정의 '귀수춘운(龜峀春雲)'

대구의 진산인 연귀산을 기우제의 산실인양 봄 구름과 비를 끌어들여 봄 가뭄에 대한 강렬한 기우를 담은 것으로, 대구십경을 읊은 다른 칠언절구에 비해 다소 의아한 느낌이 든다. 대구의 아름다운 풍광을 읊은 것이라기보다는 기원의 성격이 강하다. 굳이 풍광으로 해석한다면 달구벌의 탁 트인 벌판 위 연귀산에서 바라보는 봄 구름의 모습이다.

대구분지가 팔공산지와 비슬산지 등 1천m급 이상의 비교적 높은 산지로 둘러싸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지막한 언덕에 불과한 연귀산을 대구의 진산이라고 소개하면 타지 사람들은 다소 이상하게 여길 수 있겠다.

경상도지리지, 세종실록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문헌에 의하면 연귀산은 대구의 진산으로 건읍 초기에 돌거북을 만들어 머리는 남쪽으로, 꼬리는 북쪽으로 향하도록 산등성이에 묻어 지맥을 통하게 했다고 한다. 특히 거북 형상을 만든 것은 앞산이 불의 기운이 강해 대구를 화마로부터 지키기 위한 비보 차원에서 행한 것이라 하니 대구를 사랑했던 선조들의 향토애와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조선 순조 때는 정오를 알리기 위해 이곳에서 포를 쏘았다고 해서 오포산으로 불리기도 했다.

도시화와 산업화로 개발의 광풍을 피해 갈수야 없겠지만, 현재 연귀산은 교육시설인 제일중학교가 들어서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사방이 탁 트여 시계가 넓었던 예전에만 못하지만, 봄날 연귀산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느끼는 귀산춘운의 감흥은 여전한 것 같다.

인근에 대구 문화거리 일번지인 봉산문화거리가 있지만, 이곳도 아파트를 비롯해 높은 건물들이 들어서 대구의 문화적 마인드를 가늠케 한다. 이럴 바에는 도시계획위원회와 같은 위원회가 왜 존재하는지를 모르겠다. 지역에 나뒹구는 고서적 몇 권만 들춰 봐도 대구의 미래를 창조해 줄 수있는 값진 자료가 가득함에도 굳이 혈세를 들여 해외로 벤치마킹하러 나가는 일이 가당키나 한 일인지? 연귀산! 대구의 정체성 확보 차원에서도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될 산임을 깊이 새겨두어야겠다.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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