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테네 학당
작가:산치오 라파엘로(1483~1520)
제작연대:1510∼1511년
재료:프레스코벽화
크기:579.5×823.5cm
소재지:바티칸 베드로대성당
교황 율리우스 2세는 베드로대성당의 '서명(署名)의 방'을 꾸미기 위해 철학(哲學) 신학(神學) 시학(詩學) 법학(法學) 등 당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4개 분야의 학문을 주제로 하는 벽화 제작을 무명의 젊은 예술가였던 라파엘로에게 주문했다. 그 중에 철학 즉 '인간의 학문'을 주제로 하는 이 '아테네 학당'은 신학을 주제로 하는 '성체(聖體) 논의'와 서로 마주보면서 대구(對句)를 이루고 있다.
길이가 8m에 달하는 거대한 이 작품은 54명의 고대 철학자·천문학자·수학자들을 표현하고 있는데, 화면 공간은 1점 소실점에 의한 선원근법을 따르고 있어, 수많은 등장인물에도 불구하고 산만하지 않고 집중된 느낌을 준다. 전체적으로 고전 건축의 균형감각과 질서, 선명성, 부분과 전체의 조화가 뛰어난 르네상스 미술의 대표적인 걸작이다.
화면 중앙의 두 인물은 서구 문화사에 있어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사상가인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이다. 플라톤은 왼손에는 그의 저서 '티마이오스'(Timaeus)를 들고 오른손으로는 하늘을 가리키고 있으며, 아리스토텔레스는 저서 '니코마스 윤리학'(Nicomachean Ethics)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땅을 가리키고 있다.
이 두 사람의 자세가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우선 플라톤이 들고 있는 책은 세계의 본질을 논하는 형이상학이며, 아리스토텔레스의 그것은 인간의 지혜로운 처신을 논하는 윤리학이다. 플라톤이 현상을 초월하는 본질인 이데아(idea)를 추구했던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본질은 현상에 내재한다고 주장하며 현실의 문제를 놓고 철학을 했다는 점 등을 연관시켜 추론을 할 수 있겠다.
그 외에도 고대의 걸출한 사상가들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특징적인 상황설정과 함께 묘사했다. 주요 인물만 예를 들어보면, 화면의 좌측 상단에서 녹색 옷의 소크라테스가 무리들 틈에서 열심히 토론하고 있고, 명예와 부귀를 천시했던 견유학파 디오게네스는 아리스토텔레스 앞의 계단 한복판에 보라색의 망토를 깔고 비스듬히 누워 있다. 그리고 맨 앞줄 좌측에는 쭈그리고 앉아 책을 보고 있는 수학자 피타고라스가, 그 중간에는 대리석 탁자에 기댄 채 한 손으로 얼굴을 괴고 종이 위에 글자를 적는 헤라클레이토스가, 그리고 오른쪽에는 컴퍼스로 도형을 그리는 유클리드가 배치되어 있다.
이 그림에 재미를 더해주는 또 한 가지 사실은 라파엘로가 자신의 동시대인들을 이 인물들의 모델로 삼았다는 점이다. 즉 플라톤의 얼굴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유클리드는 베드로성당의 건축가인 브라만테, 헤라클레이토스는 미켈란젤로의 얼굴을 차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화면 하단 우측 끝에 무리를 바라보고 있는 검은 모자를 쓴 인물은 라파엘로 자신의 초상화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일종의 집단 초상화로 간주할 수 있으며, 작가는 이 그림을 통해 당시 이탈리아와 고대 그리스를 서로 대응시켜 두 시대의 위인들을 향한 작가의 존경심을 표현하면서 고대의 부활에 대한 찬미를 드러내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자부심을 살짝 보여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권기준(대구사이버대 미술치료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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