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상호의 시사 코멘트] 해양심층수 개발 사업 어떻게 되나?

지난 수요일 KBS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에서는 해양심층수 개발 사업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그 내용은 해양심층수가 알려진 만큼 특별한 물이 아니며, 해양심층수 개발사업 전반에 대해 보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파장이 적지 않을 것 같다. 그동안 경상북도와 울진군'울릉군 등 관련 기업들은 해양심층수 개발 사업에 박차를 가해 왔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해양심층수란 태양광이 도달하지 않는 수심 200m 아래 깊은 곳의 바닷물을 말한다. 약 2℃의 해양심층수는 위쪽 수면 가까이 있는 따뜻한 물과 섞이지 않고 서로 경계를 유지하며 존재하게 되는 데, 광합성 작용이 불가능하고 육지나 대기의 화학 물질과 접촉할 기회도 없어, 세균 및 병원균 등이 전무하고 미네랄 및 영양 염류가 풍부한 청정 해수자원으로 알려져 왔다.

정부는 2008년 '해양심층수기본계획'을 수립 공고했으며, 2012년에는 생산유발효과로 1조738억원, 2018년에는 1조9천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경북도 역시 2008년 260억원을 투자해 울릉도의 해양심층수 개발사업을 적극 육성하기로 했다. 내년 말 완공 목표로 울릉도'독도 해양자원연구센터가 오는 6월 착공 예정이며, 이는 울릉도'독도는 물론 동해안 해양수산발전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미 2008년 2월 해양심층수 관련법 발효에 따라 해양심층수를 이용한 음용수와 식품'화장품 등의 판매가 합법적으로 가능하게 되었고, 관련 제품 출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해양심층수를 사용한 제품들이 마시는 물에서 소주'두부'콩나물'김치'화장품에 이르기까지 그 폭을 넓혀가게 되면서 시장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으며, 새로운 제품들이 날마다 출시되고 있다.

그런데 해양심층수 개발 사업이 '소비자 고발'의 문제 제기로 암초를 만나게 된 것이다. 작년에도 해양심층수 제품의 과대 과장 광고가 지적된 적은 있지만, 이번의 문제 제기는 이전과 차원이 다른 것 같다. 그런 문제뿐만 아니라 해양심층수와 개발사업 자체를 문제삼고 있는데, 문제를 제기한 곳이 지상파 공영방송이라는 점에서 소비자인 일반 국민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클 것이고, 그 여파는 어디까지 갈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실험을 통해 해양심층수를 이용한 생수나 두부'소주 등이 일반 제품과 별 차이가 없음을 지적했는데, 관련 업체의 해명도 분명하지 않았고, 이들 식품에 들어 있는 미네랄 함유량이 별 의미 없다는 실험과 전문가의 인터뷰도 곁들이고 있었다. 해양심층수가 암 전이에 예방 효과가 있고, 당뇨나 비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 연구 결과와 관련해서도 그렇다.

당뇨나 비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해당 교수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일 뿐 사람에게 적용하기에는 무리라고 했고, 암 전이에 효과를 보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교수 역시 배양된 세포만을 가지고 한 것으로 임상실험을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이 연구들은 발표 당시 대대적으로 보도된 적이 있었는데, 이런 답변들을 들으니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해양심층수 관련 13편의 논문 모두 근거로 삼기에는 힘들고, 대체 수자원으로서의 가치만 인정될 뿐 지금까지 소개되어 왔던 효능 중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는 말에 이르러서는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무조건 좋으니까 마시라고 한다면 장사꾼 이야기지 과학자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한 전문가의 말은 시간이 지났어도 여전히 귓가에 생생하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해양심층수 개발 사업은 무슨 근거를 가지고 진행되었는지 물을 수밖에 없게 된다.

지난해 지역에서는 해양심층수 개발사업과 관련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그런데 정작 이런 보도를 접하게 되니 참으로 걱정이 앞선다. 잘못되면 그 동안 해양심층수 개발사업을 지역의 발전 산업으로 추진해 왔던 지방자치단체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방송에서 지적한 대로라면 보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해명해야 할 것 같다.

이 상 호(대구한의대 중어중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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