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하회마을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렇게 됐나?" 하는 이들도 많을 것 같다. 21일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안동 하회마을을 찾은 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때마침 73세 생신을 맞아 안동소주 기능보유자 조옥화 여사가 꽃나무떡과 마흔일곱 가지 우리 전통음식으로 차린 생신상을 받고 "원더풀"을 연발하던 모습, 서애 류성룡 선생의 종택인 충효당에서 "한국 예법에 따르겠다"며 신발을 벗고 마루에 오르던 장면, 하회별신굿탈놀이를 보며 발장단을 맞추고 각시탈을 演戱(연희)한 이가 남성인 데 놀라며 재미있어 하던 모습 등은 모두의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 있다.

그날 이후 하회마을은 세계적인 관광지로 떠올랐다. 당장 마을을 찾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여왕이 다녀간 1999년 관광객은 그 전해보다 3배 이상 많아졌다. 외국인 관광객은 4배 가까이나 급증했다. 이후로 하회마을은 연간 국내외 관광객 100만 명 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이에 따른 경제적 수익도 수십억 원대로 커진 것으로 추산된다.

여왕이 직접 관람한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연으로 세계에 각인됐다. 토'일요일 공연으로 무대를 準(준)상설화하면서 10년간 관람객 120만 명을 바라보게 됐다.

하회마을은 내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날을 고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몇 차례 실사를 통해 세계 어느 전통마을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며 가치를 평가받았다는 傳言(전언)이다. 여왕의 방문을 계기로 하회마을과 탈놀이를 비롯한 안동지역 문화유산이 국제적인 문화'관광 상품으로 떠올랐다고 할 수 있으리라.

그래서 요즘 하회마을에는 여왕 방문 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방문 당시 이모저모를 보여주는 사진과 마을에 터 잡고 살아온 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전시, 국악 요들송 색소폰 공연, 전통놀이 체험행사가 26일까지 다채롭게 펼쳐진다.

2시간 정도 짧은 발걸음을 했었던 여왕의 발자취는 10년 세월이 흐른 지금도 이처럼 선연해서 하회마을은 그때를 추억하는 잔치를 벌이고 있는데, 전직 대통령이 기세등등 포진했던 봉하마을은 초상집 분위기 같다. 당사자야 잘못이 있다면 값을 달게 받겠지만 수양산 그늘이 강동 팔십 리라고 은근히 기대했을지도 모르는 그 마을 주민들의 불편한 속내는 누가 감당할까?

이상훈 북부지역본부장 azzza@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