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홀로 뛰는 싸움이 아니다. 든든한 아군이 받쳐줘야 장군이 힘을 얻고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 선거에서 '내조'는 필승 조건이다. 후보자 건강 챙기기에서부터 패션 디자이너, 카운셀러, 전략가에 이르기까지 1인 4역을 수행한다. 각 후보의 '내조 비법'을 들여다 봤다.
◆'선거는 잊으세요'=정종복 한나라당 후보의 부인 박혜현(52)씨는 '망각의 내조형'이다. 늦은 밤 후보가 집에 돌아오면 선거에 대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남편으로부터 스트레스, 긴장감, 불만, 고민을 들어도 대꾸하지 않고 모조리 받아준다. 박씨는 "집에서는 남편이라는 한가지 역할만 해야 기나긴 선거 전쟁에서 지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씨는 선거 직전까지 남편의 정장, 넥타이, 와이셔츠, 양말까지 꼼꼼히 챙겼지만 "너무 깔끔해서 정이 안간다"는 주위의 얘기에 다 포기했다. 정 후보도 하늘색 점퍼 하나로 '선거 복장'을 끝냈다. 건강식으로는 홍삼 달인 물을 아침에 내주고, 영양 가득한 죽을 쒀 준다. 부부가 함께하는 가장 좋은 운동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선거 운동"이라며 웃었다.
◆'여보, 건강이 최고예요'=이채관 자유선진당 후보의 부인 김영자(45)씨는 '튼튼한 남편 만들기'에 큰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김씨는 "남편의 체력 유지를 위해 장어팩을 챙겨드리고, 목이 쉴까봐 오미자차를 준비해줘요. 늦게 돌아오더라도 발 마사지는 잊지 않지요"라 했다. 몸의 각 기관에 좋다는 음식은 모조리 찾아냈다. 탈이 날 징후가 보이면 미리 처방하는 식이다. 또 김씨는 '부부는 무조건 함께'라는 주의다. 이 후보와 함께 묵언수행을 견뎌냈고, 삼보일배 기간에는 승합차에서 라면 박스를 깔고 함께 잤다. 그러면서도 "아늑했고 편안했다"고 미소지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정수성 무소속 후보의 부인 이복구(63)씨는 '해와 달' 유세 전략을 짰다. 경주 안강으로 향하던 중 취재진을 만나 "남편이 안강 지역에서 약하다고 해서 가는 길"이라고 했다. 남편이 동쪽에 가면 그는 서쪽으로 간다. 이씨는 "한번 다녀간 곳은 꼭 다시 들러 한 표를 부탁한다"며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고 겸손해 했다. 이씨는 살구씨 기름, 녹즙, 도라지와 홍삼 끓인 물을 '보양식'으로 내놓았다. 또 보라색 와이셔츠, 보라색 넥타이가 '패션 전략' 이다. 군인 출신 남편을 부드럽게 보이게 한다는 셈법이다. 이씨는 "한끼 거르면 죽는 줄 아는 남편이지만 김치 한 포기 내놓아도 맛있게 먹어 좋다"며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라고 꼭 써주세요"라고 로비(?)했다.
◆'묵묵하게 미리미리'=최윤섭 무소속 후보의 부인 오영희(55)씨는 남편이 필요하다고 말하기 전에 모든 준비를 마치는 '내조 여왕'이다. 먹기 좋게 멸치를 갈아 된장찌개를 끓였고, 보신탕을 사다 놓았다. 남편의 피부 관리를 위해 토마토 주스를 챙기고, 보약도 달인다. 유세에 나서기 직전까지 아침저녁으로 집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을 돌며 체력을 다진다. 오씨는 "남편은 쉬이 지치지 않는 체력의 소유자인데 그것은 바로 '아내의 힘'"이라며 "준비물을 잘 챙기면 탈이 없고 무엇보다 신이 난다"고 말했다.
◆'내조의 여왕'이 직접 선거에 나서기도=김일윤 전 의원의 부인 이순자(60) 후보는 "경주를 내조하겠다"며 선거판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이 후보에 대한 내조는 6남매 중 3남매가 맡았다. 모두 연세대 동문이다.
이 후보의 셋째딸 김자우(33), 다섯째딸 준림(29), 막내 아들 준수(28)씨는 말 그대로 '그림자 내조'다. 이 후보가 가는 길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이 후보가 유세차량 위에서 연설을 할 때도 전면에 서 있다. 어머니가 악수를 하면 3남매는 90도로 고개와 허리를 숙여 절한다.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부탁합니다"라고 말한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유학 준비 중인 준수씨는 "프로의 이미지를 위해 정장을 추천하자 어머니는 '한복은 내 마음의 표현이란다. 한국미의 겸손함이 진심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옷이 아니겠니'라고 말씀하셨다"며 "어머니는 강한 여성이기 때문에 따로 도움이 필요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외로움은 연세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자우씨가 달래고 있다. 엄마와 딸보다는 같은 여성으로 상담원이 돼 준다. 유세를 마치고 이 후보는 "자우와 1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누며 힘을 얻는다"고 했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준림씨와 준수씨는 "어머니가 가족 회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출마 선언'을 했지만 큰 뜻을 알기에 숨은 일꾼을 자처했다"며 "경주시민들이 '어머니의 힘'을 믿고 힘을 실어주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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