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거주자 우선 주차제도'는 주민 불화의 씨앗

대구 중구 삼덕동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김모(45)씨는 23일 오전 별생각 없이 차를 몰고 나갔다 낭패를 봤다. 구청을 찾았다가 승용차 요일제에 해당돼 구청 주위를 돌다가 찾은 빈자리는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이었다. 잠시 주차해도 되려니 싶어 일을 보러 갔지만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휴대전화가 울렸다. "견인당하고 싶으세요? 얼른 차 빼세요." 앙칼진 목소리에 변명할 시간조차 없었다. 일을 보다 말고 부랴부랴 차를 뺀 김씨는 빈 주차 공간에 차를 댔지만 또다시 차를 빼야 했다. 이러기를 서너번. 급기야 거주자와 시비까지 붙었다. 김씨는 "아무리 거주자 우선 주차지역이라지만 빈 주차 공간에 잠깐 차를 대 놓는 것도 안 된다니 세상 인심 참 각박하다"며 "한 달에 1만~2만원 내고 도로를 제 집처럼 쓰도록 하는 거주자 우선 주차제도는 누굴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웃 간 분쟁을 없애고 부정 주차를 막기 위해 도입된 거주자 우선 주차제도가 오히려 주민 간 싸움을 부추기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돈을 지급하고 주차공간을 확보했다는 이유로 비어 있는데도 다른 차들은 얼씬도 못하게 하는 등 주차선이 주민들 사이 마음의 금을 긋고 있다는 것. 대구의 경우 중구와 남구, 북구 일부 지역에서 주민의 동의를 얻어 거주자 우선 주차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직장인 한모(43)씨는 얼마 전 경찰서까지 갈 뻔했다. 거주자 우선 주차공간에 차를 댔다가 견인당해 집 주인과 싸움이 붙었다. 한씨는 "견인차를 부르기 전에 전화 한 통 해주면 될 텐데 화가 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거주자 우선 주차지역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2004년부터 중구 동인동, 삼덕동, 대봉동 일대 1천640면의 거주자 우선 주차제도를 시행한 중구의 경우 지난해 76건, 올해 4월 현재까지 20건의 차량이 견인됐다.

게다가 거주자 우선 주차공간은 24시간 전용, 주간, 야간 등 세 가지 유형으로 주차공간을 활용하고 있지만 이를 알려주는 표식이 없어 부족한 주차공간을 오히려 낭비한다는 비판도 많다. 시민 김모(36)씨는 "주차공간이 비어 있다고 해도 집 주인이 어느 시간대에 사용하는지 알려주는 표식이 없어 섣불리 주차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거주자를 대상으로 점수를 매겨 주차 지역을 정하고 수시로 주차공간이 바뀌기 때문에 야간, 주간 등 변동되는 주차구역을 일일이 표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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