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는 지금 방천시장으로 간다.

'오가는 사람이 많아야 먼지 한 톨이라도 떨어진다.'

이보다 더 재래시장에 알맞은 문구가 있을까?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에 눌려 사지로 내몰리는 재래시장이 예술과 문화라는 갑옷으로 중무장한 채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예술이 흐르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대구 중구 방천시장. 24일 그곳을 찾았다.

오전 11시 대구시 중구 방천시장. 오가는 사람이 없어 시장이라기보다는 절간 같았다.

시장 안에는 한 집 건너 서너 집은 빈 점포로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인적이 끊겨 쇠락한 시장의 첫 인상과는 달리 안에선 범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빈 점포마다 평범하지 않은 모습을 한 예술가들이 진을 치고 공예, 설치 미술, 회화, 사진 등 창작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예술가들의 손을 거친 낡은 점포들은 어느새 예술 작품으로 바뀌고 있었다. 허리춤에 손을 올린 채 골똘히 창작활동에 빠져있는 예술가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한 점포 안에 들어서자 꽃 배경이 그려진 가운데 김동기의 꽃가게라는 간판(?)과 함께 방천시장의 모습들이 그려진 그림이 벽면을 채우고 있었다. 이곳은 김동기 화가의 작업실. 김씨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방천시장의 사라져가는 모습들을 그림으로 그린다"며 "다양한 작품과 이벤트로 많은 사람들이 방천시장을 찾게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오랜 세월 동안 지켜온 시장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빛바랜 벽지를 그대로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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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귀퉁이에 있는 조그마한 골목길도 창작 활동으로 분주하다. 페인트통을 들고 나온 그래피티를 하는 김환수 작가가 시장 곳곳에 얼룩져있는 벽면에다 벽화를 그려 넣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커멓게 얼룩져 있던 골목길 벽은 어느새 강아지와 분홍빛의 말풍선들이 그려져 예술 공간으로 변했다.

1980년대 이후 끝없는 추락의 길을 걷고 있는 방천시장이 '방천시장 예술프로젝트 사업'으로 문화와 예술이 흐르는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이 사업은 대구 중구청이 쇠퇴하는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기획했다. 시장의 빈 점포에 예술가들을 입주시켜 작품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시장문화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시장에는 현재 작가·건축가 등 60여명이 빈 점포 19곳을 빌려 각 팀의 특성에 맞춰 이곳을 예술 1번지로 꾸며나가고 있다. 새로운 실험을 진행 중인 이 곳 '방천시장' 전통시장과 예술이 연계돼 경쟁력 있는 곳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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