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3학년 때인 수험생 시절을 떠올리면 그때를 어떻게 보냈는지 아련하기만 한데, 지금 필자의 자식도 수험생이라 그런지 자꾸 생각이 난다. 살면서 그 시절보다 더 힘든 시기가 많았지만 그때가 힘들었다고 생각되는 것이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현재도 수험생들과 함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부모들이 많을 것이다. 공부하느라 힘들어하는 자녀들을 보면서 안쓰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더 열심히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부모들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필자가 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힘든 일에 부딪혀 짜증을 내면, 선배가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을 하곤 했다. 그때는 그 말이 무슨 말인가 했는데, 지금은 필자도 후배나 후학들에게 이 말을 해주곤 한다.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즐기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달리 말하면 '신바람 나는 직장' '신명나게 일하자' 등과 같은 말들이다. 정말 신이 나서 무슨 일을 해본 적이 있는가?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무슨 보상을 바라고 하는 것도 아닌 정말 그냥 내가 좋아서 뭔가를 할 때의 내 모습은 어떠했는가를 생각해 보자. 정신 집중을 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면서 집중력, 사고력, 판단력이 극도로 발달된 상태였을 것이다.
심리학자인 칙센 미하일리 교수는 이를 몰입(Flow)이라고 하면서, 몰입을 체험한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에 완전 집중하며 몰두한 상태에 있게 된다고 하였다. 몰입을 할 때 사람들은 하는 일에 푹 빠져 웬만한 고통이나 배고픔, 시간 감각조차 느끼지 못하고, 따라서 잡념이나 불필요한 감정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대개 사람들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몰입을 경험하며, 한 시간이 일 분처럼 느껴지고, 몸과 마음을 아낌없이 쓰게 된다. 화초 가꾸기이든, 외과 수술이든, 악기 연주나 운동, 연구, 봉사활동이든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높은 삶의 질을 느낀다. 반대로 몰입을 하지 않을 때 우리의 마음은 생각과 말과 행동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여, 생각은 산만해지고, 행동은 무질서하며, 기분은 저조하고 따분함과 짜증을 느끼게 된다.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하는 학생이나, 맡고 싶지 않은 일을 마지못해 하는 사람들은 의식이 흐트러져 있고 삶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이든지 간에 진심으로 즐기면서 하고자 한다면 결과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결과에 집착하면 긴장하게 되고 긴장은 부정적 감정을 일으켜서 결국 실패하게 되지만, 과정에 몰입하여 편안한 긍정적 감정 상태로 일하게 되면 성공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다. 어차피 해야 할 일, 피할 수 없다면 즐기면서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손영화 계명대 심리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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