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경주역. 4·29 재선거 유세 기간 중 가장 많은 5천여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오후 3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정종복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지원 유세를 벌였다. 오후 4시 정수성 무소속 후보 또한 경주역과 중앙시장을 잇는 마지막 휴일 유세에 사력을 다했다.
그러나 여전히 경주 민심은 종잡을 수 없었다. 유세장만 돌아서면 입을 다물었다. 아직도 모르겠단다. 묻지 말아달란다.
◆모르겠다
주말 경주 시내 식당가. 기분 좋게 술에 취한 50, 60대 손님들에게 넌지시 물었다. "누구 찍으실 거예요." 대답이 없었다. '누가 될 것 같으냐'고 오히려 되물었다. 경주 사람들은 속내를 잘 드러내 놓지 않았다. 한 40대 회사원은 "'니한테만 얘기한다'고 비밀을 털어놓으면 바로 다음날 온 동네에 소문나는 게 경주 바닥"이라며 "누가 누구를 지지한다고 대놓고 말했다간 곤란해지기 십상"이라고 했다. 황오동의 한 70대 어르신은 "잘난 꼴을 못본다"고도 했다. 으스대고 우쭐대면 본때를 보여주겠단다.
주말과 휴일 후보들이 다녀간 건천, 황성, 양북, 서면, 내남 장터에서도 누구를 찍겠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았다. 후보 이름을 연호하는 유세장 열기와 달리 바닥은 차분했다. 유세장을 벗어나 만난 장터 사람들은 "지들끼리 아무리 떠들어도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다"며 "아직까지 찍고 싶은 후보가 없다"고 했다.
◆예측불허
후보들은 예측불허의 경주 민심을 잡기 위한 막판 선거 전략에 고심이다. 정종복 한나라당 후보는 '지역 발전론'과 '반성론'을 택했다. 지역 발전론은 정종복이 미워도 경주 발전을 위해 힘 있는 여당 후보를 선택해 달라는 것이다. 정 후보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중앙시장에서 만난 30대 부부는 "경주는 과거에 갇힌 도시다. 문화재보호법과 고도보존법 때문에 산 사람들이 생고생이다"며 "법을 개정해 산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여당 후보에게 표를 줘야 한다"고 했다. 반면 성동동의 한 60대 주민은 "(17대에) 뽑아줬더니 일을 안 하더라. 인사하는 꼴도 못봤다"고 했다.
그래서 정 후보는 목에 힘을 뺐다. 건방지다는 야단도, 일한 게 없다는 비판도 전부 자신의 탓이고 자신의 능력 부족 탓이란다. 주말과 휴일 유세 현장에서 그는"정말 정신 차려서 일하겠다"며 큰절 전략을 고수했다. 거리 플래카드도 아스팔트에서 큰절하는 사진이 들어간 것으로 교체했다. 정 후보 측은 "이제 정종복이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여론조사에 자만하지 않고 유권자들의 속마음을 잡겠다"고 했다
정수성 무소속 후보의 민심 잡기 전략은 오로지 '박풍'이다. 선거 초반 친박 바람을 일으키며 정종복 후보를 앞서 나갔던 정수성 후보 측은 한나라당 총력전이 펼쳐진 16일 이후 "무소속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상대는 한나라당 지도부와 조직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지만 이쪽에선 박근혜 전 대표와 친박 의원들의 직·간접적 지원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후보 측은 끝까지 박풍에 올인한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 조직에 맞설 수 있는 건 그래도 박풍뿐이라는 셈법이다. 정 후보는 주말과 휴일 유세연설을 통해서도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고, 제가 국회의원이 돼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 정 후보 측은 "한나라당 총력전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며 "유권자들은 한나라당에 고마워하기보다는 자존심에 상처받고 있다"고 경주 정서를 자극했다. 정 후보 전략에 대한 유권자 반응 역시 엇갈린다. "누가 되든 똑같고, 찍을 사람도 없다면 박근혜 편을 선택하겠다"는 목소리와 함께 "친박에만 호소할 뿐 정책이 없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이상준·서상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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