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막을 내린 제26회 대구 연극제 대상의 영예는 뇌성마비 장애 가족의 사랑과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린 극단 고도의 '녹차 정원'에 돌아갔다. '녹차 정원' 연출자 추지숙씨가 연출상을, 극단 처용의 '이구아나'에 출연한 지역 중견 배우 채치민씨가 최우수 연기상의 영예를 안았으며, 우수 연기상에 '이구아나'의 성석배, '녹차 정원'의 최우정씨가 선정됐다.
대구연극협회는 25일 "5명의 심사위원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2차에 걸친 토론 결과 '녹차 정원'이 안정된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 등으로 높은 점수를 받아 대상(대구시장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녹차 정원'은 14일부터 대구시민회관 등에서 열린 이번 연극제 경연 부문에서 극단 예전의 '어미곡', 극단 한울림의 '박무근 일가', 극단 처용의 '이구아나'와 함께 기량을 겨뤘다.
한 심사위원은 "지역 작가의 창작 초연 작품이 없어 아쉬웠으나 다양한 장르 작품이 선보인 점은 훌륭했다"면서 "리얼리즘 성향이 강한 녹차 정원은 연출자가 개입할 수 있는 폭이 좁은 데도 불구하고 여성 연출자 특유의 섬세한 지휘 아래 배우들의 동작 선이나 상황의 극적 전개 등을 안정감 있게 확보한 면이 돋보였다"고 평했다. 다만 "무대 중심 역할을 하는 마루라는 공간이 무대 안쪽으로 배치되면서 배우들의 연기가 잘 드러나지 않아 답답했다"고 지적했다. '녹차 정원'은 28일부터 구미에서 열리는 제27회 전국연극제에 대구를 대표해 출전하게 된다. 연출가 추지숙씨는 "녹차 정원은 장애라는 아픔을 나눠 가지며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라며 "전국 연극제에서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한 채치민(57)씨는 극단 '원각사'를 시작으로 '공간', '넝쿨' 등의 대구 극단에서 40년간 활동해 온 대표적 중견 배우. 2001년부터 2007년까지 대구시립극단에서 배우로 활동했다. 채씨는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질로 알겠다. 죽을 때까지 무대에서 살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번 연극제는 여러 측면에서 대구 연극계가 가진 적잖은 공과를 드러냈다. 경연 부문 4개 출품작들이 각기 다른 장르의 연극을 선보인 점은 소극장 무대를 중심으로 한 각 극단의 활발한 활동상을 보여줬다.
그러나 ▷일부 작품들이 대극장 무대 메커니즘을 활용한 비주얼 창조에 다소 미흡했다는 점 ▷희곡의 우수성에 비해 연출의 상상력과 무대 활용력이 다소 부족한 점 ▷중견·신진 배우들의 연기 양극화가 두드러진 점 등은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특히 심사위원들은 "40대 이상 중견 연기자들의 연기는 아주 우수하고 안정적이었으나, 20, 30대 젊은 연기자들의 수준은 이에 못 미쳤다"고 지적, 현 대구 연극계가 안고 있는, 젊은 배우 양성의 숙제를 재확인시켰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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