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우리나라에 근대 박물관을 개관한 지 꼭 10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다. 국운이 기울어가던 1909년, 조선 왕조의 마지막 왕인 순종 황제가 제실박물관을 만들어 민족의 혼이 깃든 소중한 문화재를 백성들에게 공개해 그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문화재는 민족 정신이 어린 민족의 공동 자산으로 한 민족의 정통성을 유지하자면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존재이다. 그러므로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국가가 위기에 봉착할 경우 보호해야 할 최우선 순위로 꼽힌다.
이를테면 장개석이 중국 본토에서 대만으로 탈출할 때는 엄청난 문화재부터 먼저 옮겨 갔으며 6.25 한국 전쟁 때도 귀중한 우리 문화재를 미국 등으로 우선 피난시켰던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박물관은 널리 알려진 것과 같이 우리 조상들이 남긴 소중한 문화재를 전시하고 연구하며 또 이를 잘 보존하여 후대에 길이 전승하는 문화 기관이다. 이런 취지에 발맞추어 尙州 博物館(상주 박물관)은 2007년 11월 2일 개관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尙州(상주)는 고려시대 이래 界守官(계수관) 고을로써 慶州(경주)와 더불어 慶尙道(경상도)라는 도명을 만들게 한 중요한 지방이었다. 따라서 오랜 역사와 함께 각종 문화재를 많이 지닌 고장이다. 그러나 신생 박물관인 상주 박물관으로서는 소장 유물을 확보하는데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테면 박물관 운영에 필요한 예산 확보 문제가 그렇고, 여기에 더하여 TV 등 언론 기관에서 문화재 관련 소재를 자주 다루면서 많은 사람들이 문화재는 곧 돈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문화재는 조상들의 얼이 담긴 소중한 자산으로 한 번 훼손되면 다시 복원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이를 제대로 관리하자면 전문적인 훈련을 쌓은 사람이 완비된 시설에서 과학적으로 다루어야 오래 보존할 수가 있다. 따라서 개인이나 문중에서 이들 문화재를 보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즉, 문화재가 갖고 있는 희소성 때문에 늘 도난의 위험이 따르고 화재나 곰팡이, 그리고 쥐나 해충 등으로부터 이를 지키자면 많은 경비와 스트레스를 받기 쉽다.
그러므로 가까운 지역에 있는 박물관에 문화재를 맡기면 언제나 가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거의 완벽하게 오랜 기간 보존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박물관은 규정상 恒溫(항온) 恒濕(항습) 상태를 유지할 시설과 자동소화기, 그리고 완벽에 가까운 도난 방지 시스템을 구비하고 있어서 안심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를 박물관에 기증하거나 기탁하게 되면 여러 가지 장점이 따르는 경우가 많다. 우선 그것이 공개됨으로써 여러 사람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구 자료로 활용되면서 조상들의 영광을 더욱 확대해 빛낼 수가 있다.
그리고 기증된 유물이 가치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감정위원들의 엄정한 평가를 거쳐 소정의 사례비를 지급하기도 한다. 아울러 기증 또는 기탁된 유물이 일정한 가치를 지니고 있을 때는 특별 전시회나 전시도록을 발간해 홍보를 하게 되는 것이다. 기탁의 경우 소유권은 기탁자가 보유한 채 박물관에 위탁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오늘날 박물관은 단순히 문화재를 보관하고 전시하는 기관이 아니라 연구와 교육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지역 사회의 중요한 문화 기관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므로 지역 사회의 주민들은 박물관이 우리 지역 문화의 중심이라는 인식을 갖고 문화재의 기증과 기탁 운동에 적극 동참하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김호종 상주 박물관장(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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