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소환을 하루 앞둔 29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는 평온한 가운데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마을 입구에는 '노짱님! 당신은 성공한 대통령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과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노사모 명의의 플래카드가 바람에 펄럭였다.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달아놓은 노란 풍선들이 사저와 도로로 통하는 길을 따라 늘어서 있었다. 오전 일찍 비서관 등 사저 근무자들이 출근을 하고 노 전 대통령 생가의 공사 인부들이 드나드는 등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한층 강화된 경비
소환을 앞두고 사저 주변 경비는 더욱 강화됐다. 사저와 경호동으로 통하는 길은 모두 경찰 병력이 출입을 제한했고 사저 경비를 위한 바리케이드가 보강됐다. 마을 입구에서 사저에 이르는 400m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기 위해 바리케이드 7개가 준비됐고, 도로 주변에 50㎝ 높이의 나바콘(원뿔 모양의 교통통제기구)이 대거 설치됐다. 사저 앞은 생가 공사 등으로 길게 펜스가 처져 있어 주변 접근이 불가능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노 전 대통령의 소환에 대비한 경호 및 이동을 위한 예행 연습을 했다. 경찰들은 사저 앞 도로에 버스를 대고 호위 병력이 둘러싸는 등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전직 대통령을 호송하는 일인지라 경찰들도 긴장한 모습이었다. 취재진의 접근도 포토라인 외에는 아예 차단됐다.
◆북적거리는 '손님'들과 불편한 주민들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가 다가오면서 봉하마을은 이날 오전 일찍부터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관광버스에 나눠 탄 관광객들은 주변을 돌아보며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사저를 지켜보다 떠나기를 반복했다. 산악회 모임차 들렀다는 이모(62·여)씨는 "노 전 대통령이 소환된다는데 상황이 어떤지 궁금했다"며 "생각보다 마을 주변이 조용한데다 가까이 갈 수가 없어 아쉽다"고 했다. 봉하마을은 평일 하루 평균 1천500여명이 찾고 주말에는 방문객이 4천여명을 넘어선다고 했다.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사저로 들어가는 도로 옆 주차장과 공터, 마을 광장은 방송사들의 대형 중계 차량과 공사 차량이 뒤섞여 있었다. 각 언론사의 취재진도 부쩍 늘어 주차장은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마을 주민들은 노 전 대통령의 소환과 몰려드는 취재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마을 주변에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소환 조사인가' '전 대통령을 욕되게 하는 취재 경쟁에 주민들은 분노한다'는 등의 플래카드가 곳곳에 내걸려 있었다. 이미 각 언론사 취재진들과 주차장 사용 문제와 취재 방해 등으로 마찰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마을은 주민의 모습을 쉽게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한적했다. 아예 문을 잠그고 외출을 삼가거나 오전 일찍부터 영농 준비를 위해 집을 비운 주민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렵게 만난 한 주민은 "언론과는 할 말이 없다"며 취재진과의 대화를 거부하기도 했다.
김해 봉하마을에서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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