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4개 병 앓는 6세 아들 둔 최인향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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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가 우는 모습을 보고 따라 울다가는 기절해버려요." 4개의 병을 한몸에 안고 있는 희수 앞에서는 마음대로 울 수조차 없는 엄마 최인향씨는 내내 미소를 잃지 않으려 애를 쓴다. 한윤조기자

서울 삼성병원에 입원 중인 전희수(6·김천시 백옥동)군은 벌써 진단명이 4개나 된다. '모야모야병', '횡문근육종', '양측 콩팥 동맥협착', '급성신부전'. 몸에 아프지 않은 곳이 얼마 되지 않는다.

병실에서 만나기로 한 희수는 휠체어를 타고 엄마와 함께 마중을 나와 있었다.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다 빠지고, 신장 투석을 위한 기계 장치를 단 모습이었다.

희수의 눈망울은 맑고 초롱초롱했다. 하지만 짙게 쌍꺼풀이 져 있는 오른쪽 눈과는 달리 왼쪽 눈은 반쯤 일그러져 있었다. 엄마 최인향(40)씨는 "암세포가 왼쪽 눈을 짓눌러 이렇게 됐다"며 "아프지만 않았어도 정말 장동건 뺨치게 잘생긴 얼굴"이라고 웃었다.

희수가 아프기 시작한 것은 2005년 말이었다. 모야모야병(뇌로 가는 혈관이 서서히 좁아지거나 막히는 질환)으로 쓰러졌고, 결국 2년 뒤에는 오른쪽 뇌에 혈관이식을 받아야 했다. 만 4세도 안 되는 어린 나이로 감당하기엔 너무 큰 수술이었다. 오른쪽 전체에 마비가 온 희수는 현재 다른 또래 아이들보다 말과 행동이 어눌하다. 입에서는 침이 흘러 손수건을 댄 마스크를 늘 쓰고 있어야 한다.

불행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올해 초에는 '횡문근육종' 진단이 더해졌다. 왼쪽 뺨에 암덩이가 생겨 뺨이 불룩해지면서 눈을 짓누를 정도로 크게 자란 것. 급히 병원에 입원해 항암치료를 시작했지만 또 문제가 발생했다. 항암치료의 부작용으로 급성 신부전증과 양쪽 콩팥 동맥협착증이 생긴 것이다.

최씨는 "1차 항암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는데 아이가 소변을 보지 못하고 힘들어 해 다시 병원을 찾았더니 신장에 이상이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며 "앞으로 항암치료가 진행되는 3년 동안 계속 신장 투석을 받아야만 하고 그 후에는 신장이식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제 희수는 걷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예전에는 불편해도 조금씩 걸을 수 있었는데 모야모야로 마비된 오른쪽 다리에 신장 투석을 위한 관을 삽입하는 과정에서 뭐가 잘못된 건지 이젠 꼼짝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최씨는 "이제 병원에 있는 것조차도 무섭다"고 했다. 모야모야병을 치료하려고 병원에 왔는데 되레 병만 줄줄이 늘어났다. 그렇다고 병원 문을 나설 용기도 없다. 아이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병원밖에는 의지할 곳이 없으니 진퇴양난이다.

희수가 병을 앓으면서 단란했던 가정은 엉망진창이 됐다. 엄마는 잇따른 아이의 병에 '마음의 병'을 얻었다. "내가 뭘 잘못해서 아이가 병을 얻은 걸까"라는 죄책감으로 시작된 우울증은 가족과 떨어져 병원에서 생활하는 날이 늘어가면서 더욱 심해졌다. 전에는 '똑똑하다'는 소리를 곧잘 듣던 큰 아들 희민(10)이는 반에서 성적이 꼴찌다. 한창 엄마의 사랑을 받아야 할 나이지만 늘 희수에 밀려 방치돼 왔기 때문이다.

남편 역시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작은 카센터를 운영했던 남편은 2005년 아이의 병이 발병할 즈음 빚보증을 잘못 서 가게를 날리고 지금은 남의 카센터에서 일용직으로 일한다. 벌이는 채 100만원도 되지 않아 희수 병원비 부담에 늘 전전긍긍이다.

누가 봐도 암담한 상황이지만 취재 내내 엄마 최씨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 있었고 자주 웃었다. 바로 희수 때문이었다. 최씨는 "엄마가 우는 모습에 희수가 따라 울기라도 하면 기절을 해버린다"며 "아무리 힘들어도 희수 앞에서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하다보니 애써 쾌할한 모습을 가장하게 된다"고 했다.

최씨는 "희수가 마음껏 울 수 있는 날이 언제 와줄지 모르겠다"며 또 한번 어색한 웃음을 터뜨렸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 대구은행 (주)매일신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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