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박물관(관장 박성용)이 기증유물 특별전 '박기환 선생 기증 악기전'을 개최한다. 5월 말까지 한 달간 열리는 이번 특별전은 향토 국악인 박기환(78) 선생의 뜻을 살리기 위해 마련된 것. 1971년 영남대에서 '국악개론'이라는 정규 교과목을 지역 최초로 개설한 이래 2001년까지 30년간 대학 강단에서 후학을 기르고 국악 보급에 앞장서 온 박기환 선생은 '국악통론'(1977)의 저자이며, 특히 대표적 아악기인 '편경'과 '편종'을 해방 이후 최초로 재현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국악 연구에 지대한 공헌을 한 주인공.
박 선생은 지난해 4월 평생 수집한 악기들을 영남대 박물관에 기증하며, "우리의 역사와 혼이 담긴 악기들을 박물관 소장고에만 깊숙이 간직하지 말고 대중에게 자주 보이고 널리 알려 달라"고 당부했다. 그 뜻에 따라 지난 1년간 기증받은 악기들을 다듬고 손질한 영남대 박물관이 이번에 처음으로 대중 앞에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하게 된 것. 특별전에 소개되는 악기들은 총 120점. 그 가운데 박기환 선생이 최초로 수집해 평생 애지중지했던 가야금도 포함돼 있다. 1950년대 중반, 당시로서는 거금인 3천원을 투자해 손에 넣었던 애장품인 이 가야금은 '김화전'이라는 경주공방 출신인 전 주인의 이름이 새겨져 있을 뿐만 아니라 80여년 전 제작 당시의 기술과 한국 전통의 소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사료적 가치도 크다.
뿐만 아니라 거문고, 아쟁, 북, 장고, 비파 등 익숙한 악기들은 물론 생황, 법금, 훈, 소, 지, 어루, 편경, 편종 등 다소 생경한 우리의 전통 악기들과 '샤미셍'(일본 현악기), '사치리끼'(일본 피리), '샤쿠하치'(퉁소처럼 생긴 일본 전통 악기), 중국 나팔, 남미 봉고, 티베트 악기 등 다소 생경한 각국 전통 악기들도 전시된다. 박성용 영남대 박물관장(문화인류학과)은 "악기의 변천을 통해 사회와 문화의 변화도 알 수 있다"며 "가야금만 해도 원래는 괘가 낮고 공명통이 두꺼웠지만 요사이는 괘도 높고, 공명통도 얇고, 현의 수도 두 배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관장은 "대중문화의 서구화 경향이 반영된 것이기는 하나 우리 고유의 멋을 잃어버릴까 걱정된다"며 "이번 특별전이 그동안 잊고 지냈던 한민족 전통의 멋을 재음미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특별전을 계기로 영남대 박물관은 중국과 일본의 대학 박물관과 협력해 소수민족 전통악기 연구 및 발굴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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