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600만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소환돼 10시간 조사를 받은 뒤 1일 오전 2시10분쯤 "최선을 다해 받았습니다"라고 말한 뒤 귀가했다. 전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3번째다.
노 전 대통령은 30일 오후 1시20분쯤 서울 서초동 대검 중수부에 출석해 오후 11시20분까지 조사를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80여쪽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3시간 가까이 검토·수정했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 '아니다' '모른다' '기억이 없다'며 일관되게 부인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게 600만달러를 줬다고 진술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대질조사를 시도했지만 변호인으로 입회한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아니고 시간이 너무 늦었다"며 거부해 무산됐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조사 후 브리핑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고 조사가 충분히 이뤄져 재소환 계획은 없다"며 "새로운 주장이나 자료 제시가 없었기 때문에 수사기록을 정리, 신병 처리에 대한 수사팀의 의견을 포함해 오늘 오후 임채진 검찰총장에게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 총장은 6일쯤 노 전 대통령에 대해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지 불구속 기소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검찰은 박 회장의 베트남 화력발전소 사업 등에 도움을 준 대가로 600만달러를 받은 게 아니냐고 신문했다.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한국 기업의 해외 사업에 도움을 준 게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대가성을 부인했다. 노 전 대통령은 서면질의서에서 답했던 것처럼 "100만달러와 12억5천만원에 대해서는 몰랐으며 500만달러는 퇴임 후 알았지만 정상적인 투자금"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권양숙 여사가 "채무변제에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100만달러의 구체적인 사용처에 대해서도 "밝힐 수 없다"며 함구했다.
한편 검찰은 2006∼2007년 권 여사가 다른 사람을 시켜 30만달러 이상을 미국에 체류하던 장남 건호씨와 딸 정연씨에게 생활비 등의 명목으로 송금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로부터 "어머니가 돈을 보냈다"는 진술을 받았다. 건호씨 등은 '돈의 출처는 모른다'고 진술했으나 검찰은 박 회장이 건넨 100만달러가 일부 쓰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에 따라 권 여사를 재소환해 이 돈의 출처와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을 통해 박 회장의 돈 3억원을 받았다고 허위 진술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