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속내가 깊다. 그 깊은 속내에는 생명의 원천이 들어있고, 그 생명들이 명줄을 이어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갈무리하고 있다.
눈 밝고 재바른 인간들은 언제나 그 진진한 것들을 조금씩 길어 올렸다. 바다가 품은 소금을, 미역을, 고등어를 식탁에 올렸고, 망간과 납덩이를 건져냈고, 해양심층수를 떠내고, 심지어 석유도 뽑아냈다. 종내, 바다 밑의 화석연료가 인멸의 기미를 보이자 사람들은 또 다른 에너지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곧 메탄 하이드레이트(Methane Hydrate).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해초나 플랑크톤의 퇴적층이 썩을 때 발생하는 메탄가스가 심해저의 저온 고압상태에서 물과 결합 형성된 고체 에너지원. 형체가 드라이아이스와 비슷하며 불을 붙이면 활활 타올라 일명 '불타는 얼음(Burning Ice)'으로 불린다.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불탈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0% 이하이며, 메탄 하이드레이트 1ℓ는 약 200ℓ의 천연가스를 함유하고 있어 미래 청정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물질은 전 세계에 약 10조~12조t으로 , 향후 5천년 가량의 사용분량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독도 근해 심해저 퇴적층에 6억t 정도가 매장되어 있다. 이는 천연가스 국내 소비량 30년분이며 돈으로 환산할 때 150조원의 가치를 가진다. 2007년에는 한국지질자원연구소 산하 메탄 하이드레이트 개발사업단이 독도 서남방 80㎞, 울릉도 남방 100㎞ 지점에서 자연 상태의 메탄 하이드레이트를 채취, 긴급 공수해와 즉석에서 연소하는 시연회를 갖기도 했다.
시료 채취는 미국·일본·인도·중국에 이은 세계 5번째의 기술적 성과이다. 그러나 아직 상업화는 요원하다. 바다 속 수천m에 있는 가변성(可變性)이 큰 물질을 온전하게 채취해 내는 기술적 문제가 있으며, 현재로서는 화석연료와 대비해 생산성 면에서도 크게 뒤떨어져 채굴에 한계가 있다.
또한 에너지 관련 세계적 석학 가운데는 메탄 하이드레이트 개발과 관련 신중론을 펼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심해저에 수천m 높이로 쌓여있는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대륙붕의 기울기를 안정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 만일 메탄 하이드레이트층이 해체되면 해저산맥이 붕괴될 수도 있고, 해저산맥의 붕괴는 쓰나미와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올 것이란 경고음을 내고 있는 것.
어떤 학자들은 독도 주변의 메탄 하이드레이트를 뽑아낼 경우 주변 지형의 변형으로 독도가 붕괴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가정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다행히 이런 우려에 대한 기술적 보완책들이 우리 학자들에 의해 속속 발표되고 있다.
KIST 이흔 교수는 대기 중에 있는 질소와 이산화탄소를 바닷속으로 집어넣고 대신 메탄 하이드레이트를 뽑아 올리는 기술을 개발, 미국·일본 등에 특허를 냈다(주간조선 2008년 8월). 이런 노력들을 보태 우리나라는 미래 친환경 에너지원인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2015년까지는 상용화시킨다는 야심에 찬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이 독도에 대해 억지 주장을 펴고 끊임없이 분쟁지역화 하려는 것은 바로 바닷속 금맥(金脈)인 메탄 하이드레이트를 탐내기 때문이란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런 의도를 뻔히 알면서도 지난 1998년 김대중 정권 아래서 맺은 '신한일어업협정'에서 배타적경제수역 기점을 울릉도로 잡더니, 2008년에 체결한 한일간 배타적경제수역(EEZ)협정에서는 아예 독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무등재' 상태로 남겨둔 채 협정을 타결하는 악수를 뒀다.
그 결과 현재 독도는 한일공동수역 안에 들어가 있는 상태. 당시 당국자는 영토주권에 관한 침해를 받지 않는다고 발표했지만, 이 시대에 만든 '졸속 협상' 으로 다음세대가 사용할 자산, 메탄 하이드레이트의 창고 빗장이 느슨해진 것이 아닌지…. 바다는 생명의 길을 영러 보이는데, 현명하지 못한 자들은 그바다의 마음을 끝내 읽지 못한다.
전충진기자 cjje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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