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권력의 심장부인 청와대로 최고급 한우 한 마리를 보냈다면 당대의 각하(閣下)들께서는 어떻게 처리했을까. 이승만 대통령은 "독립운동 자금으로 썼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아쉬워했고, 박정희 대통령은 "새마을운동 하는 데로 보내라"고 지시했다.
전두환 대통령은 "애들 회식이나 한번 시켜"라고 화끈하게 말했고, 노태우 대통령은 "누구 본 사람 없제?"라고 나지막이 물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현철이에게 맡기면 안 되겠나"라고 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정일이에게 보내라"고 당부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양숙이에게 보내고, 난 못 본 것으로 하라"고 말했다.
소뿐인가, 개 이야기도 있다. 김대중(DJ)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풍산개 3마리를 선물로 받아왔다. DJ는 한 마리는 자신이 가지고 나머지 두 마리는 전두환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에게 각각 한 마리씩 나눠 줬다.
북한 토종 풍산개는 영리하고 날래며 주위에 대한 경계와 감시가 철저한 명견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세 사람의 각하 자택에 배치를 받은 풍산개가 그 길로 어떤 수상한 사람이 와도 도무지 짖지를 않는 것이었다.
풍산개 전문가가 내려와 각 대통령의 집을 찾아 원인 분석에 나섰다. 전두환 대통령 자택에 있는 풍산개에게 물었다. "집을 지키는 것이 가장 기본 의무인데 짖기를 왜 멈췄느냐"고…. 그러자 풍산개는 "전 재산이 29만원뿐인 집에서 짖을 일이 뭐 있겠습니까"라고 애써 외면했다.
DJ 자택에 있는 풍산개는 "안방에 앉아있는 주인이 그 분야에서 가장 고수인데, 누굴 보고 짖으란 말이오"라고 반문했고, 노무현 대통령 집의 풍산개는 "내가 짖을 여가가 없소"라는 이유를 댔다. 주인이 너무도 시끄럽고 말이 많아서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서글픈 이야기이다.
전직 대통령을 비하하는 유머가 양산되는 것은 그만큼 굴곡진 우리 현대사를 반영한다. 또한 기대에 반해 갈수록 인기가 바닥을 치는 국가 지도자에 대한 국민들의 상실감을 대변하는 카타르시스인 것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 한 시대를 풍미하던 위인들이 어쩌다가 이런 망신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몇 가지 덧붙이는 각하 관련 Y담은 대통령에 대한 세간의 불신과 경멸의 극치를 이룬다. 어느 날 청와대 정문 앞에서 "대통령은 거짓말쟁이다. 사기꾼이다"라고 외치던 사람이 경찰에 체포되어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그 죄목을 들여다보니 '국가원수모독죄'는 2년에 불과한데 '국가기밀누설죄'가 18년이었다.
모 대통령이 자신의 얼굴을 새긴 기념우표를 발행하고 우표가 얼마나 잘나가는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우체국을 방문했다. 그런데 우체국 직원이 "기념우표가 인기가 없다"고 하기에 왜냐고 물었더니 "풀이 잘 안 붙는다"는 것이었다.
대통령이 손수 우표 뒷면에 침을 바르면서 "잘만 붙는데…" 했더니, 우체국 직원은 "사람들이 침을 앞에다 바릅니다"라고 했다나. 비록 인터넷에 떠도는 Y담이지만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이토록 황폐해서야….
1970년대 말 미국 대통령이었던 지미 카터는 재선에 실패한 인기 없는 대통령이었지만 퇴임 후에 더 빛난 위인이었다. 국제분쟁 해결사로 명성을 얻으면서 2002년 노벨평화상을 받는 등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전직 대통령이 되었다.
반면 재선에 성공한 조지 부시 대통령은 소리없이 백악관을 떠났다. 미국의 어느 웹사이트가 지난 4월 역사학자 109명에게 부시의 대통령직 수행 성공 여부를 물었는데 '성공'이라는 답은 단 두명(1.8%)뿐이었다고 한다.
42명의 미국 역대 대통령에 대한 비교평가에서도 '사상 최악'이란 응답이 60%를 넘었다. '경박하고 오만하고 자신을 추종하는 무리들만의 얼뜨기 대통령이었다'는 부시에 대한 평가를 보며,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불려나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처지를 떠올려본다.
실패한 대통령을 가졌다는 것은 그 국민들이 고통스럽고 불행했다는 의미와 상통하는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우리 국민들도 이제는 정말 성공한 대통령을 가질 때가 되었는데…. 小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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