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열두 번 보름달이 있지만,
추석이 되어야만 가장 둥글게 되네.
거기다 한 줄기 바람 구름을 쓸어 가니,
온 누각에 나쁜 기운 있을 곳 없네.
---------서거정의 학루명월(鶴樓明月)
금학루는 지금의 대구시 중구 대안동 50번지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나,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표현된 금학루는 다음과 같다. 객사(구 달성관)의 북동쪽 모퉁이에 대구읍지 군사였던 금유가 1444년(세종 26년)에 건립하고, 경상도 도관찰출섭사 김요가 기문(記文)을 썼다. '무릇 옛 사람들이 사물의 이름을 지을 경우 지명이나 사람의 이름을 따른다. 지금 읍에는 금후(琴候)가 부임해 정사를 돌보고, 금호라는 이름을 가진 하천이 있으며, 누각은 학이 춤추는 형상을 보인다. 누각에 오르면 하나의 금(琴)과 한 마리 학(鶴)으로 인해 속세를 벗어나는 청량한 기운이 있다. 거문고 소리와 학의 울음소리는 서로 조화로워 운치를 더하고, 불어오는 남풍에는 속세의 근심을 잊게 하는 즐거움이 있다. 그러므로 이 누각을 금학루로 이름 짖는 것이 가히 옳지 않은가'(김요의 기문)
강진덕, 금유, 일본 승 용장(龍章)이 금학루를 소재로 읊은 시를 보면, 금학루는 높은 건물이 없었던 당시 비교적 규모가 있는 편이어서 시야가 훤히 트였다. 대구 분지를 구성하는 넓은 들의 전경과 멀리 금호강의 맑은 물이 한 눈에 보였다. 누각에서는 청풍명월을 느끼고, 구름과 학 그리고 거문고 소리 등 풍부한 시상을 떠올리고 서정적 감흥에 젖게 할 만큼 좋은 분위기를 연출했던 것 같다.
18세기 후반 발간된 대구읍지 기록에 이미 금학루가 사라지고 없다는 내용이 있다. 금학루는 경상감영이 있던 시절엔 감옥 터, 일제강점기 일본 불교 정토진종 계열 서본원사와 동본원사 터, 한국전쟁 기간 피란민수용소 터였다. 현재 대한천리교 교회와 대안성당이 자리하고 있어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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