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3일 오전 11시 안동댐과 임하댐 등의 관리를 맡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 안동권관리단은 가뭄 타개책으로 안동댐 정상부에 있는 정자 안동루에서 '기우제'를 지냈다. 겨울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낙동강 물관리 중추기관인 안동권관리단의 댐 물관리가 비상 상황에 처하자 이 같은 처방을 내리게 된 것. 1976년 안동댐이 생긴 이후 가뭄으로 수자원공사가 기우제를 지내기는 처음이었다.
기우제를 주관했던 여재욱 안동권관리단장은 "천재인 가뭄을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을 하늘에 전하기 위해 기우제를 마련했다"며 "기우제를 계기로 지역 주민들이 가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물절약 운동에 동참하기를 기대한다"고 기우제의 의의를 전했다.
#조선 3대 임금 태종은 정작 형제들을 죽여가면서까지 대권(?)을 잡았지만 스스로 권좌에서 물러난 임금이었다. 권력 다툼이 아니었다. 지금으로 보면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가뭄 때문이었다. '문헌비고'에 따르면 나라의 가뭄이 통치자인 자신의 부덕함에 있다고 여겨 하늘의 뜻에 따라 세종에게 자리를 내주게 된다. 가뭄에 한이 맺힌 탓일까. 용퇴 4년 후인 세종 4년 음력 5월 10일 임종 때는 "내가 죽어 넋이라도 살아 있다면 반드시 이날만은 비가 내리게 하리라"는 유언을 남기고 운명했다. 그 후로 그날이면 반드시 비가 내렸다고 해 농가에서는 5월 10일에 내리는 비를 '태종우'(太宗雨)라 부른다.
봄가뭄이 심상치 않다. 매년 반복되는 봄가뭄이지만 올해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가뭄은 대구경북의 식수원이 되는 주요 댐의 수위를 낮춰 놓았고, '1,4-다이옥산' 파동까지 몰고왔다. 특히 생활용수 부족으로 고역을 겪는 지역도 생겼다. 강원도 태백 등은 제한급수를 실시해야 할 정도였다. '말랐다'는 것은 곧 재난. 비가 오지 않아 천운을 내놓은 임금의 심정이 60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이해되는 대목이다.
산불 피해도 지난해에 비해 40% 증가했다. 산림청의 올해 3월 산불발생 현황에 따르면 전국에서 119건(64ha)의 산불이 발생, 평년 136건의 88%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에서도 46건의 산불이 일어나 전국 산불의 39%를 차지했다. 산불의 원인은 제각각이지만 메마른 날씨가 한몫하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제발 비 좀 내렸으면…."
?봄비와 먹을거리
지난해 11월부터 올 4월 말까지 6개월간 대구의 강수량은 94.3㎜. 지금은 대구에서 농사를 짓는 인구가 많지 않아 먹을거리와 관련해 대구에서 큰 걱정은 없다. 하지만 경북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경북도 올해 들어 지역에 따라 67.2~192.5㎜의 강수량을 기록하고 있다. 강수량이 적은 곳은 특히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째 이어지는 가뭄 탓에 농작물 생육이 예전같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영천의 최근 6개월간 강수량은 94.9㎜, 의성은 84.7㎜를 기록했다.
농촌진흥청 고령지농업연구센터 권영석 박사는 "농작물에 해갈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일 강수량은 30~40㎜지만 열흘 단위로 10㎜씩만 와도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박사는 또 "아직까지 작물의 생육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순 없지만 앞으로 가뭄이 지속될 경우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영천의 주작물인 마늘·양파·복숭아·사과, 의성의 주작물인 마늘·양파·사과에 적잖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과수원에서 꽃을 피운 뒤 열리는 사과와 복숭아의 경우 꽃이 실하지 못할 경우 과실 크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병충해의 실력행사도 강해진다. 경북도농업기술원은 최근 적은 강수량의 영향 등으로 청도·경산·영천 등 복숭아 재배가 많은 지역에 병해충 발생이 우려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당도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과실이 맺히는 7, 8월 이후부터 당도가 결정되기 때문.
마늘과 양파도 가뭄이 야속하다. 수확기에 접어드는 6월 말에 앞선 4, 5월의 기후에 따라 알의 굵기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이 지역 마늘밭에 스프링클러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걸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부추나 파도 마찬가지. 자칫 가뭄이 지속될 경우 즐겨먹는 해물파전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아직 부추와 대파의 가격 변동은 미미한 편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대구에서 거래되는 부추 1kg(상품)의 도매가격은 2천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kg당 500원 올랐다. 대파도 1kg(상품)의 도매가격이 1천원으로 1년 전에 비해 소폭(60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봄비와 산불
2000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대구에서 발생한 산불은 모두 126건. 이 중 80%가 넘는 101건이 매해 1~4월에 일어났다. 강수량이 많을수록 산불 발생도 줄어들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대구시의 연도별 산불발생 현황과 기상청의 강수량을 비교해봤다.
물론 절대적으로 많은 비가 내릴 경우 강수량과 산불의 연관관계는 어느 정도 있겠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었다. 2003년 1~4월 대구의 강수랑은 257㎜. 이 기간 동안 8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올해 71.1㎜의 강수량을 기록, 11건의 산불이 일어난 것과 관련해 '물이 있으니 불이 줄었다'고 말할 근거가 될지 모른다. 하지만 가장 많은 산불이 발생한 2004년(17건)의 경우 이 기간 동안 122.2㎜의 강수량을 기록했다.(표)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국립산림과학원 원명수 연구사는 "산악지형을 감안했을 때 강수량만으로 산불 위험도를 측정하기는 난감하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의 경사도가 심해 빗물을 머금기보다 누수효과가 일어나기 쉽고, 봄바람이 강할 경우 수분이 증발해버리기 때문에 강수량으로 산불 위험도를 말하기 어렵다는 것.
다만 적당량의 비가 왔을 때 산불의 위험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상태에 놓일 수는 있다. 원 연구사는 "통상 5㎜ 이하의 비가 오면 하루, 5~10㎜면 2일, 10㎜ 이상 비가 온 뒤에는 3일 정도가 산불발생의 위험도가 낮은 안정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24일 대구에는 3㎜의 비가 내렸다. 실로 오랜만에 내린 비였다. 하지만 이튿날인 25일 햇볕은 쨍쨍했다. 토요일이었지만 대구시 공무원 일부는 산불 위험 때문에 출근해야 했다. 적당량의 비가 내리더라도 건조하고 바람이 강한 날씨가 지속될 경우 산불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10㎜가량의 비가 온 뒤 5~7일이 지나면 젖었던 낙엽이나 나뭇가지가 말라 타기 좋게 변하면서 산불 위험은 더 커진다. 지난 2005년 식목일에 발생해 낙산사 소실로 이어진 강원도 양양·고성 산불의 경우 강풍을 타고 불이 번지면서 250ha의 산림을 집어삼켰다. 속초기상대 자료에 따르면 이 지역에 불이 나기 전인 2005년 3월 24일 12.5㎜의 비가 내린 뒤 열흘 뒤인 4월 3일 1.5㎜의 비가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봄철 산불의 경우 일반적으로 1ha 정도의 피해를 내고 진화된다고 보면 2천~3천그루의 나무가 한 번의 불로 사라진다고 볼 수 있다. 또 이 중 30%가 훼손되는 게 대략적인 계산이라면 한 번의 산불로 1천그루 가까이가 산불로 사라지는 셈이다.
피해금액도 예상 밖이다. 올해 대구에서는 11건의 산불이 발생해 5ha가 탔다고 밝혔지만 피해액은 1천96만원이었다. 적어도 4천그루 이상의 나무가 탄 셈이지만 이는 입목, 즉 땔감으로 환산했을 때 나온 값이라는 게 관계자의 귀띔이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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