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행복의 크기는 자신의 마음 속에 있어

가족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그것은 행복이다. 나만 그런지는 모르지만 가족은 행복이라고 말하고 싶다. 오랜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결혼을 하면서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 아이도 키우면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거기에는 삶의 무게만큼 인생의 맛도 담겨 있을 것이다.

행복을 찾아 사랑을 찾아 결혼을 한다. 나 또한 남편의 듬직한 모습에 결혼을 결심했다. 나만을 아껴주고 위해 줄 것 같던 남편은 친구를 좋아하고 술을 좋아하고 등산을 좋아했다. 그러나 남편이 이렇게 사람들을 좋아하는 것은 알지만 안 좋은 술버릇이 있다는 것은 꿈에도 몰랐다. 남편은 술만 취하면 술값을 도맡아 계산하면서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사람이었다. 평소에는 검소하지만 술만 취하면 세상에서 제일 부자처럼 카드를 긁어대는 남편 땜에 울기도 달래기도 싸우기도 하기를 수십 번. 이번에는 각서까지 손에 쥐고 더 이상 술을 먹을 시는 이혼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아도 남편의 술버릇은 고칠 수가 없었다. 다음날 되면 후회를 하면서 자신도 잘 안 된다는 남편의 말들. 이 말을 믿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하면서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그래, 그럼 술 한 잔 생각나면 전화해. 나도 먹고 싶을 때가 있거든. 안주하고 술 준비해 놓을게."

그러던 어느 날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는데 남편은 막걸리 사갈 테니 부침개 해놓을 수 있냐는 것이다. 난 대찬성을 했고 남편은 막걸리며 과일이랑 과자를 사들고 왔다. 우리 부부는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냈고 남편은 그 날의 기억이 좋았는지 회사에서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아니면 그냥 술이 먹고 싶은 날이면 "여보, 우리 술 한잔 할래?" 하면서 전화를 잘 한다. 나 또한 남편의 마음을 알기에 흔쾌히 승락을 하고 술상을 준비해 둔다.

그렇게 생활 한 지도 몇 년이 지났고 남편은 예전보다 친구를 만나는 횟수도 줄었고 가족들이랑 시간을 보내기 위해 주말이면 피곤한데도 불구하고 집에 있으면 잠만 온다며 가족들을 데리고 가까운 산이며 공원이며 데리고 다니는데 열성이다. 아이들 또한 주말을 기다리며 "어머니, 내일은 주먹밥 만들어가요. 컵라면 하고요"라며 이런 저런 주문을 해댄다.

난 이런 것이 행복이란 걸 예전에는 몰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행복은 큰 것이 아니며 소소한 것 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었고, 행복의 크기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느꼈다.

작은 울타리 속에서도 행복은 크게 자랄 수 있는 것 같다. 그것은 긴 기다림 같았고 서로가 양보하고 토닥여 주었기에 지금 이렇게 웃는 것 같다. 내일은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어제의 흐림이 오늘날 가족들을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이것이 행복한 거란 걸 깨닫게 되었다. 가정은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고 앞으로도 작은 행복에 감사하며 살아가야 할 것 같다.

이유정 (대구 달서구 이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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