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송재학의 시와 함께] 만강홍(滿江紅) / 정약용

「만강홍(滿江紅)」/ 정약용

一葉漁舟 한 조각 고깃배여

我和■煙派出沒 나 너와 함께 내 낀 물결 속을 출몰하노니

了不管西江駭浪 괘념 않으리, 서강 거친 물결이

催人白髮 흰 머리를 재촉한대도

擧手長辭靑玉佩 손 쳐들어 푸른 옥패 길이 사양하고

掉頭不入黃金闕 머리 저어 황금대궐엔 들지 않으리

聽楓梢 단풍가지 끝 서걱대는 소리를 듣고

曉露荻花 갈대꽃에 아침이슬 맺히면

風寒侵骨 바람은 차서 뼈 속까지 스며들어

哀簫■ 슬픈 피리 삘리리

短歌發 빠르고 짧은 노래 절로 일면

暮潮薄 저녁 썰물은 솨르르

晨潮滑 새벽 민물 번들번들

取江豚 큰 고기 잡아다

穿過綠楊枝末 버들가지 꺾어 꿰어

濁酒三杯酬至願 막걸리 석 잔으로 지원을 수작하면

蒲帆一幅留長物 부들 돛 한 폭이 긴 그림자 남기리

只■謄熟睡到天明 깊은 단잠 끝에 새벽녘 이르면

江沈月 강엔 달이 잠겨 있으리

화자는 바다와 연결된 강 하류의 저녁부터 새벽까지의 풍경과 유배의 참담함을 날줄과 씨줄로 받아 촘촘히 엮었다. 沒(몰), 髮(발), 闕(궐), 骨(골), 發(발), 滑(활), 末(말), 物(물), 月(월)의 각운인 음가가 강물과 같은 방향으로 계속 이어진다. 그 음가는 물의 흐름처럼 부드러워서 시 전체를 강물과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한다. 강의 물고기[江豚] 잡아 안주로 술을 마시다 잠이 드는 유배지의 하루가 선명하다. 깊은 잠 끝에 새벽의 찬 기운에 소스라쳐 놀라 깨어나면 바로 눈 앞에 , 강에 풍덩 빠진 새벽달이 화자의 정신처럼 그곳에 있다. 붉고 커다란 달[江沈月]이야말로 이 시의 절정이다. 천천히 호흡 가다듬으며「만강홍」을 소리높이 읽어보면 격정과 비애에 휩쓸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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