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정신의 연원이 뇌의 작동임을 밝힌 것은 현대 신경과학의 빛나는 업적이다. 그런데 뇌는 물질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뇌(물질)를 이해함으로써 정신을 알 수 있다는 것이 논리적인 귀결이다. 뇌가 없다면 감각도, 감정도, 운동도, 철학도 없다. 우리의 지성은 아직 물질에서 정신에 이르는 전 과정을 명백하게 이해할 수 있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아주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지식의 깊이와 넓이를 더해 가고 있는 과정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뇌와 마음 간의 관계를 간추려 보자. 첫째, 특정 정신 기능은 뇌의 특정 부위와 관계가 있다. 1930년대 캐나다 신경외과 의사 와일더 펜필드는 뇌수술을 하면서 수술을 받고 있는 환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수술 과정에서 그는 대뇌 피질의 영역들이 특정한 종류의 사고나 정서와 관련이 있음을 경험론적으로 증명해낸 것이다. 불치의 간질 환자이었던 헨리는 1953년에 양쪽 측두엽을 크게 잘라내는 수술로 간질은 치료했는데, 기억하는 능력이 엉망이 되었다. 20년 넘게 그를 평가하는 신경심리학자가 그에게는 만날 때마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둘째, 항정신병 약물이 망상을 없애고 환각제가 환상을 만들어내듯이 정신 현상은 특정 물질과 관련이 있다. 여기에 관여하는 물질들을 신경전달물질이라고 한다. 각종 향정신성 약물들이 정신장애를 치료하는 것은 신경전달물질과의 상호 작용에 기인한다. 달나라에 계수나무는 분명 없겠지만, 있다고 믿도록 하는 물질이 바로 도파민이다. 이것이 부족한 파킨슨병 환자에게 이것을 보충해주면 이상한 정신적 체험을 하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1980년대에 행복을 가져다주는 약물로 소개된 적이 있는 항우울제는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과 상호 작용한다.
셋째, 신경전달물질이 뇌 속에서 만들어지는 곳과 작용하는 곳이 다르기 때문에 이 물질들을 운송해 주는 신경회로라는 것이 있다. 같은 신경전달물질도 회로가 다르면 기능도 다르다. 예를 들면, 중뇌에서 만들어진 아세틸콜린이 해마에서는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바꾸어주는 역할을 하지만 뇌간에 이르면 의식을 관장한다. 도파민도 회로에 따라서 망상을 만들기도 하고 약물 중독과 같은 쾌락 추구와 관련을 맺기도 한다.
그렇다고 뇌와 마음 간의 관계에서 뇌가 일방적으로 마음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성장기 뇌의 발달은 환경·경험·학습의 영향을 크게 받고, 성인의 뇌도 얼마든지 가변적일 수 있다는 것이 최근에 속속 밝혀지고 있다.
박종한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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