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배추 1포기 5,500원…' 장바구니의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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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에 금(金)이 넘치고 있다. 물가 상승세가 도무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고환율로 수입물가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데다 오락가락 날씨로 국내 농산물의 작황부진까지 더해져 '장바구니 고통'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얼마나 올랐길래?

대구시내 한 유통회사가 장바구니 물가(3일 기준)를 최근 조사한 결과, 지난해 이맘 때에 비해 2배 안팎으로 값이 오른 식품이 속출하고 있으며 출하기를 맞은 농산물까지 값이 크게 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맘 때 1천900원하던 배추1포기는 5천500원이나 한다. 189.5%나 오른 것이다.

고등어 1마리는 지난해 이맘 때 3천원이면 살 수 있었는데 요즘은 7천원을 줘야 한다. 상승률로 따지면 133.3%. 생닭 1마리는 지난해 이맘 때 4천600원 하던 것이 올해는 6천900원이다. 50%나 오른 것.

'싼 과일'의 대명사로 불리던 바나나도 지난해 이맘 때 g당 140원하던 것이 올해는 269원이나 한다. 92.1%나 상승한 것이다.

수입 과일이 비싸지면서 본격 출하기를 맞은 참외값까지 강세다. 참외는 지난해 이맘 때 g당 670원하던 것이 올해는 798원으로 19.1%나 올랐다.

참외는 이맘 때 출하 물량이 늘어나면서 가격도 하락·안정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었지만 올해는 가격이 떨어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추위와 더위가 반복되는 등 오락가락하는 날씨가 이어지면서 수확량 자체가 줄어든데다 고환율 여파로 바나나·오렌지 등 과일 수입이 지속적으로 감소하자 국내산 과일 소비가 증가, 값이 오르고 있다.

공산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천㎖짜리 우유는 24%나 값이 올랐고 덩달아 아이스크림 값도 50% 가까이 상승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적 경제위기 상황이 계속됨에 따라 고환율이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수입물가 상승세가 계속되고 이의 영향을 받아 우리 농산물까지 덩달아 오르고 있다. 이런 상태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대책 마련

정부가 환율 상승으로 가격인상 요인이 발생한 식료품 가격을 잡기 위해 일부 원료를 무관세 품목에 추가하기로 했다.

지난달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상반기 할당관세 대상 품목에 설탕 원료인 원당을 추가하고 대두의 할당관세율을 추가 인하하는 내용으로 할당관세 적용규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이들 2개 품목의 관세를 물리지 않기로 했다.

새로 추가되는 원당의 현행 관세율은 3%이며, 대두의 경우 이미 상반기 할당관세 품목에 포함되면서 5%의 기본관세율 대신 1%의 할당관세율이 적용돼왔다. 이번 개정안은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등을 거쳐 다음달 중순 시행될 예정이다.

이로써 상반기 할당관세 품목은 현재 74개에서 75개로 늘어나게 된다. 일단 6월30일까지 시행되지만 높은 환율이 지속되는 등 상황에 따라서는 하반기 할당관세 적품목을 선정할 때 다시 포함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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