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업창업)문 두드린지 3개월만에 '2년 백수' 탈출

대구고용종합지원센터가 운영중인 청년층 뉴 스타트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년 구직자들이 상담사와 함께 자신이 담당해야 할 역할에 대한
대구고용종합지원센터가 운영중인 청년층 뉴 스타트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년 구직자들이 상담사와 함께 자신이 담당해야 할 역할에 대한 '커리어 로드 맵'작성하기를 하고 있다. 김진만기자

청년실업자가 100만명에 육박하는 등 고용문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태백'은 옛말이고, 대학 졸업 예정자들은 아예 '졸업백수' 또는 '실업예정자'로 불릴 정도다.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최악의 취업 대란에 한창 일해야 할 청년들의 의욕이 꺾이고, 심지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자살하는 사람도 나온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층에게 개인별 맞춤형 종합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해 취업을 돕는 '청년층 뉴 스타트(New Start) 프로젝트'를 통해 취업의 길을 알아본다.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신모(28)씨는 2007년 2월 졸업했다. 전공을 살려 취업하기에는 선택의 폭이 다양하지 못했고, 선배들 가운데도 몇 개의 자격증을 소지한 몇몇 만이 취업을 했을 뿐 많은 선배들이 '백수'로 있다는데 위안을 삼고 안일하게 대처했다.

그 결과 백수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부모님 뵐 면목이 없었다. 자신감은 더 떨어졌다. 취업을 위해서는 국가 자격증이라도 있어야 원서라도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전문학원에 등록을 했다. 2년 동안 대기와 수질 환경 기사 1급 자격증 2개를 땄다. 자격증을 2개나 취득한 이후 20여개 회사에 취업을 위한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에는 취업하기 더 어려워졌고, 월급과 조건도 더 악화됐다.

워낙 내성적이었던 신씨는 "백수생활 2년 동안 여러 차례 취업의 문턱에서 자꾸 떨어지면서 조급해졌고 자신감은 없어졌다. 저 사람 백수라고 손가락질할 것만 같아 바깥세상 못보고 집안에만 틀어 박혀 생활하는 등 자꾸만 무기력해 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더 놀고 싶고, 아침에 늦게 기상하며, 인터넷을 통해 일자리를 찾으면서도 구직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취업을 못하는 것도 내탓이 아니라 이 사회 탓이라고 원망했다. 면접 시험을 보러가도 '합격하면 어떻게 하지'라며 걱정을 할 정도였다"고 했다.

이 같은 신씨에게 전환점이 찾아온 건 올해 2월 중순. 습관처럼 노동부 구직사이트인 '워크넷'에서 '청년층 뉴 스타트 프로젝트'가 눈에 번쩍 띄었다. "1단계를 수료하면 지급되는 30만원의 수당이 탐났고, 나 자신에 대한 변화를 주고 싶었다"고 지원 동기를 밝혔다.

그는 용기를 내 올 2월 중순 이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대구종합고용지원센터를 찾았다. 박태정 상담사로부터 적성검사와 심층상담, 직업 선호도 검사, 구직 효율성 검사, 개인별 취업활동계획(IAP)수립, 직업전망 탐색 등을 했다. 각종 검사 결과를 종합할 때 자격증(환경관련) 분야와는 다른 의료 분야나 간호사가 더 적합하다고 나와 고민과 갈등이 생겼다. 최종 결론을 전공을 살리는 쪽을 선택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부터 새로운 희망을 가지게 됐죠. 이 프로젝트 동료들 간에도 동병상련이라고나 할까 서로 통하고 용기를 북돋워 주니까 자신감을 조금씩 회복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내가 원하는 회사에 맞게 쓰는 방법을 배웠다. 비디오까지 촬영하는 모의면접을 통해 나 자신의 약점이 말을 많이 하고 심사위원을 이기려고 하는 발언을 많이 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를 보완하는 방법을 배웠다. 표정도 더 밝아지고 자신감도 찼다.

하루 1시간씩 1주일에 2회씩 모두 4주 동안 1단계를 수료했으나 취업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자신감이 생기고 '다른 세상'을 보는 듯한 변화가 있었다. 1단계 수료 후 참여수당으로 30만원이 입금됐고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이 돈은 단순한 수당이 아니었어요. 내가 백수가 아니라 뭔가를 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고, 비록 작은 돈이지만 돈을 벌었다는 것에 정말 뿌듯했어요."

1단계 수료 후 생활리듬을 유지하기 위해 2단계 직장 체험으로 초등학교 사서를 선택해 한 달 정도 일을 하던 중 기쁜 소식이 날라왔다. 한 환경컨설팅 회사에서 취업이 확정됐으니 4일부터 출근을 하라는 것이었다.

"이제 어엿한 직장 생활을 하게 돼 너무 기쁩니다. 사람 만나기가 좋아졌고 새로운 도전을 통해 상사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습니다."

신씨는 이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취업을 위해서는 자신감이 가장 중요합니다. 또 너무 초조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용기와 격려도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준비를 하고 눈높이를 조금 낮추는 것도 취업에 유리할 것 같습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