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남교의 일본어 源流 산책 18] 배꼽이 빼꼬빼꼬

고대 도래인들이 일본으로 건너간 것은 기원전부터의 일이었다. 그래서 이미 선주민들의 언어가 확립된 후에 들어간 말들은 그 의미가 바뀌기도 하고, 명사가 동사로 변형되기도 하는데, 우리 몸의 각 부분에 대한 명칭도 이런 변화에 해당된다. 예를 들면 '귀'는 일본어로 '미미'(耳)라는 말이 정착되어 있었기 때문에 '기쿠'(聞く) 즉, '듣는다'라는 동사로 바뀌게 된다.

마찬가지로 '입'은 '구치'(口)가 있어 '말하다'는 뜻의 '이우'(言う)로, '코'는 '하나'(鼻)가 있어 '냄새맡는다'의 '가구'(嗅ぐ)로, '배'는 '오나카'가 있어 '배고프다'의 '빼코빼코'(ペコペコ)로, '몸'은 '가라다'가 있어 '허벅지'라는 뜻의 '모모'로 바뀐다.

'칼'이라는 말도 명사가 동사로 바뀐 것으로, '기루'(切る)가 되어 '자른다'라는 뜻이다. 경상도 방언에 '이박'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의 뜻은 '상의, 상담'이란 말로 '이박한다'면 '상의한다'인데, 이것이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동사인 '이와쿠'(曰く), '말한다'로 바뀐다.

그래서 '이와쿠츠키노온나'(いわく付きの女)라고 하면 '말이 붙어 다니는 여자'를 지칭하며, 이는 뭔가 좋지않은 전력을 가진 여성을 지칭하는 말로, '장소가 바뀌면 물건도 바뀐다'말이 실감난다.

그리고 '아가'에 일본어의 애칭인 '창'(ちゃん)을 더해서 '아가창', 즉 어린아이라는 '아카창'(赤ちゃん)이 되고, 아기를 업다의 '어부봐'는 일본어로는 '옴부'(おんぶ)가 된다.

또 어린아이가 걷는 모습을 우리는 '아장아장'이라고 하는데, 이를 일본어로는 '요치요치'(よちよち)라고 하며, 걷기 시작하는 아이를 우리는 '걸음마'라고 하는데 일본은 '안뇨와 죠주 고로부와헤다요'(あんにょは じょうず ころぶはへたよ)라고 한다. 이 말인 즉, '앉으면 좋지, 걸음마 해다오' 인데 오랜 세월을 거치는 사이에 발음은 비슷하게 남아 있지만, 정작 그 의미는 잊혀져 '걸으면 좋고 넘어지면 나빠요'라는 전혀 다른 의미가 되었다.

그리고 아기를 어를 때 '있나있나 봐'라는 '이나이이나이바'(いないいないば)도 흥미있는 전래 우리말이다. 고대 도래인들이 대부분 리더 그룹이었다는 것은 언어면에서도 알 수 있는데, '골목대장, 꼬마대장'이란 뜻의 '가키다이쇼우'(餓鬼大將)가 일례다.

'가끼'란 '아이'에서 연유된 말로, 초등학생 정도의 귀여운 자녀를 지칭하는 우리 고대어인데, 이 말에는 '장난꾸러기'의 활발함이 숨어있다.

경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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