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파리' 동물원이 생길까?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의 팔공산 임시 이전을 놓고 논란이 적지 않다. 팔공산을 끼고 있는 동구청은 대구시가 달성토성 복원을 위해 동물원을 옮길 바에야 처음부터 대규모 사파리 형태의 동물원이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시는 동구청 주장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지만 팔공산에 임시 동물원을 만들겠다는 계획은 포기하지 않고 있다.
◆동구청 사파리 꾸미겠다
'이왕에 옮길 거라면….'
요즘 동구청 기획감사실 정책개발팀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차를 타고 동물들을 볼 수 있는 '사파리' 형태의 동물원을 유치하는 데 여념이 없기 때문. 이들은 최근 대구시가 내놓은 동구 도학동 달성공원 동물원 이전 계획을 듣고는 이왕 이전할 바에는 규모가 크고 명소가 될 만한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3일 취재팀은 동구청이 후보지로 선정한 팔공산 산록의 미대동, 내동, 중대동 등 3곳을 찾아봤다. 이곳들은 산이 사면을 병풍처럼 휘감고 있어 자연 경관이 빼어났다. 66만㎡에 이르는 부지 곳곳에 저수지가 있고 구릉지 형태의 굴곡도 여럿 있었다. 특히 팔공 터널을 빠져나오면 동물원 후보지가 바로 주도로와 연결돼 있어 교통 접근성 하나만큼은 최고였다. 도심에서 승용차로 채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후보지 인근에는 구암팜스테이 체험마을, 팔공산 동화사집단시설 지구 등 관광시설과 연계할 수 있어 시너지 효과도 크다는 것이다. 완만한 구릉지이면서 후보지 양쪽에 절벽까지 있어 사파리로 조성되면 동물 관리에도 용이하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김주일 도시계획 담당은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사파리식 동물원으로는 최적의 후보지를 골랐다"며 "시민들이 찾기 쉽고 동물을 방사·사육하기에는 이 만한 곳이 없다"고 했다.
팔공산 관리와 동물원 이전은 대구시 소관이어서 동구청 단독으로 추진하기는 어렵다. 이재만 동구청장은 "사파리 동물원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라 할 정도로 뜨겁다"면서도 "여건은 어렵지만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대구시는 글쎄요
사파리 동물원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대구시가 지난달 3일 달성토성 복원과 공원 정비를 위해 동물원 이전을 거론하면서부터. 대구시가 원래 목표인 수성구 대구대공원으로 옮겨가는 전단계로 동구 도학동에 임시 동물원을 짓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구시가 거론하는 동구 도학동 후보지는 너무나 협소했다. 부지가 고작 학교 하나 넓이밖에 되지 않는 2만8천여㎡에 지나지 않아 규모면에서 달성공원 동물원과 별반 차이가 없다. 비록 시 부지여서 부지 매입 비용면에서는 장점을 지녔지만 시도민들이 찾을 수 있는 수준의 동물원을 만들기에는 불가능해 보였다.
동구청 관계자는 "동물원을 다른 곳으로 옮길 바에야 처음부터 사파리 형태의 동물원으로 꾸며야 지역 경제에도 보탬이 된다"며 "임시 거처로 이전했다가 다시 큰 동물원을 조성하기에는 사업비가 이중으로 낭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동구청의 사파리 유치 행보에 대해선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대구 대공원 조성은 2천억원에 가까운 예산이 들어 난항을 겪고 있지만 임시 동물원이라면 모르겠지만 사파리 계획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구대공원 조성 사업은 수성구 삼덕동 대구스타디움 인근 11만3천여㎡에 사파리 형태의 동물원을 만드는 계획이다. 달성공원 동물원의 호랑이, 사자, 코끼리 등 80종 360여마리가 옮겨가고 새로운 종이 추가돼 2012년까지 문을 여는 것이다. 하지만 1천8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사업비 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지지부진하다.
그렇지만 달성토성 복원 사업이 가시화되면 달성 동물원을 옮기지 않고선 사업 추진이 제대로 될 수 없어 동물원 임시 이전은 불가피한 상태다. 시 관계자는 "동물원을 대구대공원으로 이전한다는 기존 계획을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달성토성 사업으로 시간적 여유와 재정 사정이 급박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대구시에 대해 좋은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눈치보기에 급급해 당초 계획을 바꿀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며 관료적 행태를 꼬집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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