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국 최초 '다문화 인터넷방송국' 대구서 다음달 개국

3년 전 대구로 시집온 필리핀 결혼이주여성 팜튀리(24·달서구 이곡동)씨는 하루 일과를 컴퓨터 앞에서 시작한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메일을 주고받기 위해서다. 팜씨는 "국제전화비가 비싸 부모님께 자주 연락을 못 드렸는데 이메일을 배우고부터 하루 일과를 상세히 적어 부모님께 보내 드리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팜씨의 아버지는 조만간 딸의 모습을 인터넷 영상으로도 볼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대구에서 전국 최초로 다문화가정을 위한 인터넷 방송국이 개국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사)다문화공동체는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인터넷 방송국 '나비TV'를 개국할 예정이라고 6일 밝혔다. 다문화공동체는 결혼이주여성을 돕기 위해 법광 파계사 주지, 신철원 협성재단 이사장, 장익현 대구변호사회 회장, 구정모 대구백화점 회장 등 지역 유력인사 100여명이 참여해 2월 창립한 단체다.

이 단체가 야심 차게 준비한 사업이 바로 나비TV 개국이다. '나비'란 이름은 나비의 균형된 날갯짓과 다양한 색깔처럼 피부색과 언어, 문화가 다른 이주여성들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벗자는 취지에서 붙여졌다.

6월쯤 달서구에 스튜디오를 갖춘 방송국을 열고 방송을 내보낼 예정이다. 나비TV는 '나비뉴스' '나비칼럼' '현장르포 엄마 나 이렇게 살아요' '다문화 영화관' '다문화가족 민원 해결사' '한국어 교육방송' 등 정보와 뉴스, 교육, 문화, 스포츠를 아우르는 10여가지의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다. 결혼이주여성들을 리포터와 사회자는 물론 PD, 앵커 등 전문 인력으로도 키울 계획이다.

나비TV는 전국 90여개의 다문화지원센터들이 함께 참여해 다른 시·도에 살고 있는 이주여성들 간에 소통의 창구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개국 초기에는 자체 제작프로그램과 90여 개의 전국센터들이 제작한 프로그램의 비율을 4대 6 정도로 잡고 점차 자체제작 비율을 늘려가기로 했다.

방송국준비위원장 서성희 경일대 교수(문화콘텐츠학과)는 "나비TV의 기본 개념은 이주여성들에게 고향 가족들의 그리움과 소통의 간절함을 풀어 주는 것"이라며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인터넷만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문화공동체 이재화 상임대표는 "나비TV가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에서 팽배한 반한 감정을 어루만지는 민간사절 역할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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