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깊이는 은은한 차(茶) 속에서 우러난다. 나이가 들수록 삶의 의미를 하나씩 깨달아가듯 차도 오래될수록 그 맛과 향기가 깊어가는 법이다.
"진정한 차의 의미를 느끼면 선의 경지요, 그것을 뛰어넘으면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지요." 차의 세계에 빠져 20여년 전 처음 접한 차와 더불어 지내고 있는 최환주(56'대구 수성구)씨.
최씨가 차의 세계에 빠진 것은 1997년 IMF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 중역이었던 최씨는 IMF의 직격탄을 맞고 회사가 부도나는 상황을 맞았다. 당시 죽음까지 생각하던 최씨에게 희망의 전령사로 다가온 것이 바로 차(茶)였다. 찢어지는 아픔을 차로 달래면서 심신의 평온을 되찾았다는 것."기업도 사람처럼 태어나고 소멸하는 순환의 고리로 여기고 기업에 대한 욕심을 버렸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최씨의 차에 대한 본격적인사랑은 벌써 10여년째 이어오고 있다. 특히 최씨는 누구에게도 배우지 않고 스스로 하나씩 차에 대한 지식을 키워왔다.
최씨는 차 중에서도 특히 보이차 마니아다. 보이차는 중국 운남성 일대의 대엽종 차엽을 발효시켜 만든 것으로 오래될수록 고유의 맛과 향이 좋고 효능도 우수하다. '보이차 동경당'(http://cafe.daum.net/
dktea)의 카페지기로 활동하며 자신의 집에 차 무쇠 탄관, 차 기본세트, 물 항아리 등을 갖추고 회원들과 보이차 수업도 병행하고 있다. "보이차를 마시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운이 솟는다"며 "노화방지, 신장병 예방, 동맥경화 방지, 해독작용에 이르기까지 익히 알려진 효능도 한 두가지가 아니다"라고 최씨는 보이차 예찬론을 늘어놓았다.
최씨는 보이차를 더 잘 알기 위해 보이차 최대 산지인 중국 운남성을 지금까지 매년 1차례 이상 10여차례나 다녀왔다. 대구서 중국의 보이차 집산지인 시상반나까지 1만km를 여행하는 것은 다반사. 특히 보이차 연구를 위해 현지 보이차 공장에서 직접 차잎도 따고, 만들어보기도 한다는 것.
그는 "보이차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이차가 비싸다'는 것은 보이차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됐다는 것. 또한 가짜 보이차가 많다는 것도 가짜가 아닌 연도를 속이기 위해 급발효시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유통되는 보이차의 95% 정도가 급발효시킨 습창차라고 강조했다. 보이차는 연도에 따라 호급차'인급차'숫자급차로 나뉘는데 호급차는 1930년 이전에 생산된 차로 송빙호'동경호'차순호 등이 있는데 5천만원을 호가한다. 인급차는 1940~60년에 생산된 차로 홍인'황인'녹인 등이 있는데 1천만원 이상, 숫자급차는 1970년대 생산품으로 7542, 7572 등으로 수백만원의 가치가 있다는 것. 현재는 중국이 개방화되면서 차 생산을 민간 자율에 맡겨 차의 춘추전국시대가 도래, 그 가치가 몇 만원 수준이라는 것이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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