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장기전략 안 보이는 대구 관광정책

또 하나의 대구 관광 활성화 계획이 공개됐다. 2년 앞으로 다가온 2011년 세계육상대회를 앞두고 관광자원을 확충하는 게 목표라 했다. 역사적 이야기 소재들을 관광자원으로 형상화하는 사업이 주요 아이템 중 하나다. 초조대장경 판각 1천 주년과 맞아떨어지는 데 착안해 보관소였던 팔공산 부인사 일대를 중심으로 관련 행사를 꾸리려는 것 등이다.

그런데 이번 계획은 일회성 사업에 더 역점을 둔 느낌을 준다. 총 투자액 100억 원 중 44억 원을 도심 꾸미기에 배정하고 문화 이벤트 개최를 강조한 게 단적인 자료다. 관광기반 확충에도 상당액 쓴다지만, 그 짧은 시간에 그 정도 돈으로 제대로 이뤄낼 수 있을지는 긴가민가하다.

관광 진흥과 인프라 확충이 그렇게 쉽게 성취될 것이라면 고민할 지방이 없을 것이다. 남원 하면 춘향과 목기, 진주 하면 논개와 촉석루를 떠올리게 된 것도 오랜 투자 없이는 불가능했을 일이다. 통영 이미지에 음악제가 덧붙여지고, 밀양이나 거창에 연극제가 연상되기 시작한 근래의 사례는 더욱 그렇다. 단기처방도 필요하겠지만, 대구를 어떤 부문의 독보적 관광지로 육성할 것인가에 대한 장기적이고 큰 그림부터 그릴 필요가 있다.

이번에 제시된 대로, 대구에도 발전시킬 만한 역사적 이야기 소재들이 많을 수 있다. 남북 분단 여파로 고려와 관련된 스토리들에선 대구가 특히 경쟁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건국 자체를 무산시킬 수도 있었던 桐藪大戰(동수대전)의 발발지, 일연스님이 머물며 삼국유사를 썼을 가능성이 점쳐지는 옛 인흥사 마을도 대구에 있는 자원이다. 스토리 관광에 주목한 모처럼의 새 시각에 그나마 기대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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