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고수 정성순 할머니
정성순(61'대구 달성군 논공읍) 할머니 앞에선 웬만한 누리꾼들은 꼬리를 내린다. 그녀는 한글은 물론 엑셀과 파워포인트, 홈페이지 제작 등 기본적인 컴퓨터 프로그램은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 안다. 그의 실력은 지난해 6월 열린 '2008 어르신 정보화제전'에서 빛을 발했다. 대구 예선에선 금상을, 전국 본선에선 은상을 수상한 것.
정 할머니가 컴퓨터를 처음 접한 건 5년 전이었다. 공장 생산직에서 일하다 퇴직하고 달성종합사회복지관에서 컴퓨터 교육을 받은 것이 인연이 됐다. "예전부터 컴퓨터를 꼭 배워보고 싶었지만 일하기 바빠 못했죠. 수업 초반에 뭐가 뭔지 도통 모르겠더라고요. 선생님 시키는 대로 마우스를 클릭하는 정도였죠."
하지만 재미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매일 2, 3시간씩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메일을 보내보면서 새로운 것을 알게 됐고 더 호기심이 생겼다. 그러다 우연히 카페 가입을 권유하는 메일을 받았고 그것이 '촉매제' 역할을 했다. "그 카페에 가입하니까 덧글 다는 법부터 글 올리는 법, 동영상 올리는 법 등 다양한 기술들을 터득하게 되더라고요. 배우는 것에 재미를 붙여 다른 카페들에도 가입했죠."
특히 정 할머니는 플래시 영상이 무척 신기했다. 지금은 플래시 영상 올리는 법을 가르쳐주는 카페에 가입해 '열공' 중이다. 정 할머니는 한글을 1분에 150타 정도 치는 실력을 가졌기에 인터넷 기사를 보고 덧글 다는 일도 심심찮게 한다. 그런 실력으로 요즘은 신입 할머니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컴퓨터를 알게 되고, 대회에서 상을 받으면서 주위에서 칭찬이 자자해요. 먹고사는 데 매달렸던 제 생활이 180도 달라졌어요. 한마디로 활기가 넘쳐요."
◆자원봉사계 왕언니 김순옥 할머니
아들 3명에 딸 3명을 둔 할머니라면 자식들 키우느라 자신의 삶을 포기했겠거니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김순옥(71'대구 달서구 용산동) 할머니는 예외다. 막내가 배 속에 있었던 젊은 시절부터 부녀회장이니, 새마을지도자니 해서 대외적인 자원봉사에 열을 올렸다.
그런 열성은 나이가 들어도 식지 않았다. "막내 아들이 고등학생이 되던 52세 때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겨 주부대학에 갔고, 그곳에서 강의를 들으면서 2급 자원봉사 자격증을 땄고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했죠." 김 할머니는 5년 동안 1주일에 세 차례 정도 홀몸노인들을 돌보는 활동을 했다. 그 후 90년대 친구 소개로 대구종합노인복지회관을 찾기 시작했다.
사물놀이를 배우면서 회관 내 '큰나무봉사단'에 가입해 장애인이나 홀몸노인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것. 사물놀이를 11년째 배운 덕분에 실력도 뛰어나 4년 전부터는 신입 할머니들을 직접 가르치고 있다. 또 국악학원에서 강사 자격증을 따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찾아 가르치는 일도 하고 있다. 김 할머니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조만간 학대 노인들을 보살피는 '노인 인권 지킴이' 활동도 할 계획.
"손자'손녀뻘 되는 아이들이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따를 때 정말 기분이 좋아져요. 매일 집에 없을 만큼 이것저것 바쁘게 살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아요. 오히려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건강도 좋아지고 마음이 젊어지는 것 같아요. 결국 자원봉사도 나 자신을 위한 것이죠. 처음에 너무 많은 활동을 한다고 반대하던 남편과 자식들도 요즘은 앞다퉈 도와줘요."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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