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즐거운 책 읽기] 황광우가 쓴 철학콘서트 읽기

사상가 10인의 삶과 사상을 알기 쉽게 소개

황광우가 쓴 철학콘서트를 읽었다. 부제는 '노자의 도덕경에서 마르크스의 자본론까지 위대한 사상가 10인과 함께하는 철학의 대향연'이다. 위대한 사상가 10인은 석가, 공자, 예수부터 소크라테스, 플라톤, 영국의 토머스 모어, 애덤 스미스, 퇴계 이황, 칼 마르크스, 노자이며 그들의 삶과 사상을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얼마 전 시베리아 여행을 했는데, 그곳에서 조선의 청년들이 항일운동을 했음을 알리는 동판을 보고, 이르쿠츠크가 머나먼 이국 땅이 아님을 느낀다.

지금 잠시 휴지기를 맞고 있지만, 길림으로 이르쿠츠크로 모스크바로 열차를 달릴 시대가 머지않았다면서 우리가 성숙한 세계인의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조선인의 철학과 시심, 동양사상의 정수를 알아야 서양인들에게 우리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러면서 고전읽기를 권하고 이 책이 고전읽기의 지침서가 되기를 바란다.

"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희망제작소 박원순 변호사의 책 제목이기도 한 이 말은 '유토피아'를 쓴 영국의 토머스 모어가 교수형을 당하면서 한 말이라고 한다. "내 수염은 죄가 없으니 자르지 말게"라는 말도 함께. 국왕의 명령을 거역했다는 이유로 교수형을 당하는 사람이 지닌 여유가 놀랍다. 토머스 모어는 영국의 대법원장이자 국무총리로 막강한 권력을 누린 사람이지만,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은 추호도 하지 않으려 했다.

노자에 대한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사마천이 전하는 원조 노자는 주나라 왕립도서관 관장직도 지겨워 시골로 떠나버린 인물이다. "이런 기구 저런 기계 많아도 쓰지를 말고, 배와 수레가 있어도 타지를 말자"라는 말은 노자의 반문명 사상을 대표하는 말이다.

요즘 우리는 자동차가 없으면 생활을 할 수 없는 것처럼 여기지만 자동차 한 대를 굴리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편리는 그만큼의 비용을 강요한다. 노자는 평화주의자이기도 하다. "살고 죽는 일은 중요한 일이다. 전쟁터에 나가지 말자. 갑옷과 칼, 무기가 많아도 싸우지 말자"고 한다.

하지만 노자는 "밥은 맛있게 먹고 옷은 예쁘게 차려입을 것이며 안락한 집 지어 춤추고 노래하며 살자"고 한다. 석가와 노자는 모두 쾌락주의를 거부했지만 노자는 그 무엇에도 걸림이 없는 대자유의 삶을 가르친 점에서 석가와 다르다. 노자의 이상향은 동막골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이 다투지 않고 화목하게 살아가는 영도의 비결은 배불리 먹이는 것이라는 말도 함께.

일체의 소유와 욕망을 경계하고, 그것이 헛됨을 가르치며 양심과 지조를 지키며 사는 사상가들의 삶은 동서고금에 걸쳐 수천 년의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다.

저자 황광우는 1980년대에 '정인'이라는 필명으로 '소외된 삶의 뿌리를 찾아서' '들어라 역사의 외침을' '뗏목을 이고 가는 사람들' 같은 책을 써서 유명해진 이다. 반독재운동과 노동운동을 하였고, 지금은 고향 광주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바로 위의 형님은 시인 황지우고, 맏형은 스님이다. 연탄장수가 연탄이 가득 담긴 수레를 끌고 골목길을 올라가면 불러 세워 정성껏 마련한 밥을 한 끼 해 먹이고, 헌옷까지 챙겨주신 넉넉한 어머니 슬하에서 자랐다고 한다. 올해 초 '철학콘서트' 2권도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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