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순재의 여담女談] 행복한 엄마를 보고 싶다

서울에는 지금 세 사람의 엄마가 화제인 모양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들이 '엄마'라는 타이틀로 연기 대결을 펼치면서 관객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있다고 한다. 세 엄마는 바로 연극 '엄마는 50에 바다를 발견했다'의 박정자와 10년간 연극 '어머니'를 공연하고 있는 손숙, 그리고 영화 '마더'에 출연한 '국민 어머니' 김혜자다.

박정자의 연극 '엄마는 50에 바다를 발견했다'는 3월에 공연이 시작되면서 공연장은 딸과 엄마들의 눈물로 채워지고 있다고 한다. 손숙의 '어머니'는 전쟁통에 자식을 잃고 바람둥이 남편 때문에 속을 썩이다가 쓸쓸하게 눈을 감는 어머니의 이야기로 남성 관객들을 울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김혜자의 '마더'는 살인 누명을 쓴 아들의 죄를 벗기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강인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란다.

세 배우가 펼치는 연극과 영화는 모두 '어머니'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등장하는 어머니는 한결같이 슬프다. 세월에 휘둘리고 남편에게 버림받고 자식에게 이해 받지 못하는 '한' 많은 어머니들이다. 배풀되 받아보지 못하고, 생각은 있으되 입밖으로 꺼내보지 못한 자신의 삶에서 한번도 주인공이 돼보지 못한 그런 엄마들이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목이 메고 눈물 맺히게 하는 그런 존재다.

이젠 이런 '슬픈 엄마'를 그만 보고 싶다.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면서 자식과 남편에게 존중받고 기분좋게 사랑을 나누어 주는 그런 행복한 엄마를 보고 싶다. 자식들에게 줄 것은 주되 요구할것은 당당히 요구하는 엄마 말이다. 자신의 인생을 멋지게 경영하면서 이웃에게도 웃음을 주는 즐거운 엄마를 보고 싶은 것이다.

올해 신학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한 한 지인이 들려준 50대 엄마의 이야기는 듣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아들이 신부인 이 엄마는 신학 공부를 시작한 이유가 아들하고 좀 더 깊이있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 또 아들의 세계를 보다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란다. 멋진 엄마의 모습이다. 자식이 알아서 해줄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스스로 자식의 눈높이에 자신을 맞추려고 노력하는 새로운 어머니 모습이다. 분명 아들에게 행복감을 안겨줄 엄마다.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엄마를 떠올리면 가슴이 아리기보다는 미소가 저절로 피어나게 하는 그런 '행복한 엄마'들이 많은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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