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60이 넘으면 어떻게 놀까 고민한다. 그런데 환갑이 돼서 어릴 적 간직한 꿈을 시작해 80을 앞둔 지금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는 이가 있다.
올해 79세의 이휘(영천 문외동)씨. 그는 아직도 여기저기서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60이 넘어 뒤늦게 시작한 창작가사문학으로 이름을 알린 것도 그 이유지만 나이를 잊고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는 열정에 대한 찬사이기도하다.
친정, 시집 모두가 전형적인 유학자 집안인 이씨는 어릴 적에는 '여자는 가르쳐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고 시집와서는 대가족 뒤치다꺼리에 조용할 날이 없었다. 자식들을 모두 출가시키고 환갑이 되어서야 어릴 적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을 시작했다.
그동안 며느리로 어머니로 사느라 시인이 되고자 했던 꿈을 그는 꽁꽁 감추며 살았다. 그 열정을 독서로 대신했다. 밤에는 잠을 자지 않고 '대망' '한국문학전집'을 읽고 또 읽었다. 어른들의 나무람도 많았지만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법. 시인이 되고자 했던 그는 1988년 그 비슷한 꿈을 이루는 계기를 맞게 된다. 미국에 가면서 지은 미국 여행기 가사가 소개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사문학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지은 창작가사만 해도 120수가 넘는다. 2002년에는 전국창작가사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2003년에는 '소정가사'(素亭歌辭)란 책을 출판했다. 최근에는 해방되기 전까지 대구의 역사를 담은, 두루마리에 100m가 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긴 가사를 짓기도 했다. 이씨는 " 해방 후의 이야기는 80을 넘긴 후 새롭게 해야할 것 같다"며 어릴 적 들었던 대구의 이야기와 여러 가지 자료를 토대로 가사를 지었다고 했다.
그의 재능은 가사에 그치질 않는다. 지난달 서울에서 '생의 여적'이란 제목으로 전시회를 가질 때 가사와 함께 선보였던 전통 의상은 그를 또 한번 주목받게 만들었다. 가사 중에 나오는 옷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 직접 실물을 보여주리라 시작했던 바느질이 한국의 복식사를 연구하는 이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던 것이다. 요즈음 보기 어려운 옛날 유학자들의 옷이나 여성들의 옷을 직접 지어 재현해 보인 것이다.
" 다리를 다쳐 6개월 동안 꼬박 앉아 옷을 짓기 시작했는데 100벌이 넘었다. 전통복식을 연구하는 교수들이 전시회에 와서 가르쳐달라고 하는 통에 지금은 오히려 전통옷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것에 더 바쁘다"고 했다.
글 그림 바느질 수놓기 등 못하는 게 없는 그는 " 언제나 꿈을 놓지 않고 열심히만 하면 나이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시간 많고 여유 많은 노년이 그동안 꿈꾸었던 일을 마음껏 이룰 수 있는 축복 받은 나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순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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