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7일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검색엔진 회사인 구글(Google) 본사 등 실리콘 밸리를 찾았다. 전날 스탠퍼드대 강연에 앞서 측근을 통해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을 일축한 이후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당 화합 방안으로 제기된 '친박 원내대표 카드'는 박 전 대표의 한마디로 무산된 듯하다. 박희태 대표는 박 전 대표의 발언을 전해들은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표가 귀국하면 만나겠다"면서 "필요하다면 그 전이라도 자세히 설명할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절차상 문제를 제기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박 전 대표의 진의를 우선 알아봐야 한다"고 밝히면서 아쉬워했다. 박 전 대표 측에서도 김무성 의원이라는 특정인을 거명하지 않으면서 경선을 통한 원내대표 선출이라는 당헌당규에 맞지 않다며 원칙 문제만 제기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경선이라는 원칙을 내세운 것은 경선이냐 합의 추대냐는 방식의 문제를 제기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 현 시점에서의 친박계 국정 참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박 전 대표는 왜 김무성 카드가 제기되자마자 곧바로 거부한 것일까.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의 미국 일정을 수행하고 있는 이정현 의원은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금 시점에서 친박이 원내대표를 맡는다면 권한은 없으면서도 국정 운영의 책임을 뒤집어쓰게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에 신뢰 회복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생색내듯 원내대표를 친박 측에 내주는 것은 당 화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를 수행하고 있는 다른 의원들도 "이런 제안을 하려면 사전에 (박 전 대표 측에)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제안을 하는 절차가 필요했을 텐데 불쑥 제기한다는 것은 문제이며 예의도 갖추지 않았다" 면서 "그쪽에서도 박 전 대표가 거부할 것을 예상하고 제안한 것 아니겠느냐"고 의심했다. 11일 귀국할 예정인 박 전 대표가 귀국 전에 다시 한 번 여권 내 화합과 쇄신 방안에 대해 언급할 가능성이 높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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