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어머니

"엄마, 당신은 나를 가졌지만 나는 당신을 갖지 못했어요. 나는 당신을 원했지만 당신은 나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한 말은 안녕히, 안녕히라는 말뿐이군요." '비틀스' 멤버 존 레논이 부른 '마더'란 노래의 가사 일부다. 단박에 엄마의 不在(부재)를 느낄 수 있다.

어릴 적에 부모가 이혼하는 바람에 존 레논은 어머니 품 대신 이모 손에서 컸다. 열여덟 살엔 그리워하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그가 일곱 살 연상인 오노 요코와 사랑에 빠진 것도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한 때문으로 짐작된다. 이 노래 후반부에서 존 레논은 "엄마 가지 마세요"를 여러 차례 되풀이한다.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어머니의 따스한 품을 그리워하는 간절한 목소리로….

직설적인 존 레논의 노래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어머니의 사랑을 은유적으로 풀었다. 고려가요 '사모곡'은 아버지의 사랑을 호미, 어머니의 사랑을 낫에 비유해 어머니의 사랑이 아버지보다 섬세하고 깊다고 노래했다. 호미도 날이기는 하지만 낫처럼 잘 들지 않는 것처럼 아버지도 어버이기는 하지만 어머니만큼 그 사랑이 포근하지 않다는 것이다. 부모의 사랑을 농기구에 빗댄 것과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다소 섞여 있는 게 흥미롭다. "어머니는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고 했던 god의 '어머님께'도 들으면 들을수록 가슴이 뭉클해지는 노래다.

어려운 시기에는 가족의 중요성이 강조되곤 한다. 외환위기 무렵 아버지가 조명받았다면 요즘은 어머니가 대세다.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60만 권이 팔렸고, 이달 말엔 영화 '마더'가 개봉된다. '친정엄마와 2박 3일' 등 어머니를 다룬 연극들도 잇따라 무대에 오르고, 어머니를 주제로 한 미술 전시회와 광고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어머니 열풍'은 조건 없고 한없는 사랑을 베푸는 어머니란 존재에 기대어 힘을 얻고 싶어하는 요즘 사람들의 심리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원초적 생명 에너지인 모성에 의지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살인 누명을 쓴 아들의 결백을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화 '마더'의 어머니처럼 이 세상 어머니들은 누구보다 강한 힘을 발휘하는 존재다. 오늘은 어버이날! 팍팍해진 세상, 위로받을 곳 없는 이 시대에 어머니란 존재는 더욱 강하고 위대하게 느껴진다.

이대현 논설위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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