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영애의 고전음악의 향기] 너는 내 운명

대학 시절의 5월은 그야말로 만남의 계절이었다. 10여년을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남녀가 생이별(?)을 한 채 오로지 대학입학을 목표로 열심히 달려온 스무살의 끓는 청춘들이 봇물 터진 듯이 '미팅' 혹은 '소개팅'이라는 명목 아래 서로의 운명을 찾아 헤매 다녔다.

봄은 새로운 시작을 상징한다. 그래서 새로운 사랑의 시작은 5월이 가장 적당하다는 생각에는 동서고금이 다를 바 없는 모양이다. 클래식 음악에서 '사랑'이라는 소재는 만남의 기쁨에서 행복 그리고 불행한 이별과 엇갈린 운명으로 인한 질투와 복수에 이르기까지 온갖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 중에서도 로베르트와 클라라의 사랑은 음악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에게조차 운명적이고 불멸을 상징하는 사랑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나이 차이와 부모의 반대 그리고 슈만이 가지고 있었던 불우한 환경 등에 개의치 않고 오로지 서로의 열정에만 전념하는, 소설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운명 같은 사랑을 선택한 클라라와 로베르트. 그들은 그래서 15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운명적인 사랑을 대변하고 있다.

클라라가 로베르트를 처음 만난 건 아홉살 때였다고 한다. 물론 그때부터 서로의 사랑이 시작된 건 아니지만 어쩌면 어린 클라라는 그가 자신의 운명의 남자였음을 깨달았던 건 아닐까. 슈만은 다른 여성과도 연애를 했지만, 클라라가 16세 되던 해 그들은 서로 사랑에 빠졌다.

클라라의 아버지인 비크 교수(슈만의 피아노 선생님이었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히자 결국 법정에 클라라와의 결혼을 신청해 클라라가 성인이 된 1840년 9월 12일 결혼이 이루어졌다. 아홉살의 나이 차와 슈만의 피아니스트로서의 실패(지나친 연습으로 오른손 손가락을 다치게 된다), 가족 병력(아버지와 누나의 정신분열증) 등을 넘어서 클라라는 로베르트 슈만이라는 자신이 원하는 음악적 천재와의 결합을 선택한 것이다.

스스로를 '슈베르트와 브람스의 중간에 위치한 낭만주의의 절대적 신봉자'라고 칭했던 로베르트 슈만은 클라라에 대한 사랑을 노래로 담은 작품들이 많다. '5월의 노래'라고 할 수 있는 1840년 결혼한 해에 작곡한 하이네의 시에 붙인 연가곡집 '시인의 사랑', 그리고 프랑스 여류 시인 샤미소의 시에 곡을 얹은 '여인의 사랑과 생애'는 사랑에 빠진 남자가 여인에게 바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 아닐까.

아름다운 5월에 가슴 두근거리는 사랑을 시작하는 분들께 로베르트와 클라라의 추억이 담긴 사랑의 노래들을 권한다. 바리톤 가수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사랑에 빠진 이의 마음을 느껴보면 5월이 더욱 빛날 것이다. '당신은 나의 영혼, 나의 심장, 당신은 나의 기쁨, 나의 고통, 당신은 나의 세계, 나는 그 안에서 살아간다네… 당신이 나를 사랑함은 나를 가치 있게 만들고… 너무도 사랑스럽게 나를 이끌어준다오….'-연가곡집 '미르테의 꽃' 중에서 '헌정(Widmung)'의 가사, 뤼케르트의 시- 음악칼럼니스트·대학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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