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원봉사자로 복지재단 중증장애인 나들이 봉사를 갔을 때다. 우리가 타고 간 차소리에 현관으로 우르르 몰려나온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반갑게 맞아주면서 장애를 안고 있는 몸으로 껑충거리면서 '엄마'라고 좋아할 때 가슴 미어지도록 아팠던 기억이 난다.
가족 사랑을 한몸에 받아야 할 나이에 가족 곁을 떠나 홀로서기를 하고 있는 친구들이 어눌한 말투로 '엄마'라고 불러대며 주위를 맴도는 모습을 보며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것 같았다.
짝꿍이 된 아이에게 물었다. "누가 제일 보고 싶니?" 한참을 뜸들이다가 부정확한 발음으로 "엄마도 보고 싶고, 아빠도 보고 싶고 형아도…." 말끝이 흐려지면서 차창 밖으로 고개를 돌리던 아이는 엄마 것이라면서 비스킷 하나를 주머니에 넣는다.
난 아이 손을 꼭 잡고 생각했다. 낳아준 엄마의 사랑만큼 채워주지는 못할지라도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씻어주는 보람된 하루가 되어야겠다고. 시간이 흘러 작별할 시간이 다가오자 나는 아이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엄마는 또 다른 친구가 엄마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가야 하거든. 그러니 우리 약속하자. 엄마가 보고 싶어도 꾹 참고, 지금처럼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밥 많이 먹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기로…." 아이와 새끼 손가락을 걸면서 헤어지기 싫어하는 아이의 시무룩한 표정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이는 작별을 아는지 엄마 것이라고 넣어둔 비스킷을 꺼내 내 손에 얹어 주었다. 주머니 속에서 부딪혀 가루가 되어버린 비스킷을 아이 앞에서 맛있게 먹으려는데 자꾸만 눈물이 나 속으로 삼키며 웃어 보였다.
옆에 있을 땐 소중한 줄 모르다가도 헤어지고 나면 텅 빈 자리가 보이고, 그 자리에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 가족인 것 같다.
이유진(대구 북구 복현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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