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살자"

경험도 없고 팔자에도 없는 식당을 하게 되면서 고생과 후회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세계적인 경제위기라는데 기반이 없이 시작한 탓에 그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이런 일 저런 일로 짜증이 늘어나고 소소한 일들은 이야기를 안 하고 뚱하니 넘어가는 일들이 쌓이다 보니 우리 부부에게도 권태기를 넘어 '4주 후에 뵙겠습니다'라는 말로 끝나는 TV 프로그램인 '사랑과 전쟁'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되었다. 대화가 없으니 못마땅한 일들을 과장해서 해석하고 부풀려 극단적으로 자꾸만 희망적이지 못한 쪽으로 생각하니 정말 지옥이 따로 없을 듯싶었다. 이런 상황에서 왜 그렇게 집안의 소소한 것들은 자꾸만 고장이 나는지. 세탁기가 균형이 맞지 않아 덜그덕 거리고 베란다의 전등도 나가고, 할 수 없이 남편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일이 있으면 진작 말을 했어야지. 불편하게 가만히 있으면 우짜노"하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시원스레 수리를 해주고 청소기까지 돌려 거실까지 말끔하게 해 주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속담을 확실히 이해를 해버렸다.

웃기는 말이지만 그동안 내가 왜 말을 안 하고 속으로 미워하며 끙끙거렸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 거였다. 결국은 나 혼자서 삐치고 화내고 속단하고 끙끙거린 거였다. 연주와 연우, 우리 두 딸을 보면서 성숙된 부모로서 행복한 가족의 울타리를 엮어나가는 데 소홀했음이 미안해진다.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5월. 연주야 연우야,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자. 그리고 연주 아빠, "사랑합니다". 내 마음이 행복하니 내일부터는 장사도 더 잘 되고 우리 가족에게 좋은 일들만 찾아올 것 같은 기쁨으로 설렌다. 언제 어디서나 가족은 우리의 힘이다. 철없는 주부의 사연을 털어놓을 수 있는 휴식 공간 독자카페가 있어 더욱 행복하다.

김은경(영천시 완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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