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고유가의 파고를 자전거 페달로 넘으려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출퇴근하는 '자출족'부터 관공서, 경찰서, 회사의 '자전거 업무족'까지 많다. 하지만 자전거 이용이 느는 만큼 버려지는 자전거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너도나도 자전거 사랑
8일 오전 11시쯤 대구시 중구 동인동의 한 자전거 매장. 90㎡ 남짓한 가게 안팎에 크고 작은 자전거 100여 대가 진열돼 있고 매장 천정에도 수십 대의 자전거가 매달려 있었다. 30년 전부터 자전거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60)씨는 "몇 년 전만 해도 한 달에 10여 대를 팔기도 벅찼으나 요즘에는 하루 4대 이상 팔릴 정도로 손님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대형소매점 자전거 매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북구 홈플러스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30% 이상 증가했다.
구청과 경찰서 등 관공서들도 앞다퉈 업무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이달 초부터 동구 동촌유원지와 강변둔치 등 수천여 명의 인파가 모이는 곳에는 자전거 순찰을 하고 있다. 경찰관 2인 1조로 구성된 '녹색치안 순찰차'(자전거)가 유원지 일대를 누비고 있다. 동부서 송호준 생활안전계장은 "순찰차를 탈 때보다 주민들에게 한층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 민생 치안의 효과가 크다"며 "미아 보호는 물론 길안내까지 즉석에서 처리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했다.
대구 중구청은 지난해 말부터 자전거 타기 운동을 벌여 500여 명의 구청 공무원 중 80여 명이 자출족으로 변신했다. 많은 공무원이 10km 이내 출장지의 경우 차량 대신 구청 앞마당에 비치된 50여 대의 출장용 자전거를 활용하고 있다. 대구시는 대구 자전거 보유자는 전체 인구의 15% 정도 수준으로 7명 당 1명 꼴이지만, 갈수록 이용자 수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버려지는 자전거
같은 날 오후 1시쯤 남구 대명동의 한 자전거 보관대. 엿가락처럼 휜 바퀴에 여기저기 붉은 녹이 내려 있는 '폐자전거'들이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체인은 빠져 있었고 뜯겨져 나간 안장 사이에는 담배꽁초가 수북했다. 자전거 바구니에도 먹다 버린 소시지, 빈 캔 병 등 쓰레기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박승렬(27)씨는 "지하철역 자전거 보관대와 학교 주변에는 핸들이 뽑히거나 바퀴 없는 자전거들이 방치돼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며 "고철상들이 바퀴 등 쓸만한 물건은 빼가고 몸통만 자물쇠에 잠겨 있는 자전거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대구YMCA에 따르면 방치 자전거 수가 지난해 1천여대에서 올 들어 4월말 현재 1천300여대로 크게 늘었다. 대구YMCA 김경민 사무총장은 "방치 자전거는 수리하거나 부품을 재조립하면 3대 당 1대 꼴로 재사용이 가능하다"며 "시 조례를 만들어서라도 폐자전거에 대한 수거, 재활용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대구시는 지난 한 해 동안 단 한 대의 자전거도 수거하지 않은 채 뒷짐만 지고 있다. 시 관계자는 "현행법상 방치 자전거는 일괄 매각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에 복지단체 등에 기부하고 싶어도 불가능하고 인력도 부족하다"고 했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은 각 구청이 10일 이상 방치 자전거에 수거 안내문을 붙인 뒤 1개월 이내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수거해 매각 처리하도록 돼 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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