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엉터리 통계조사로 올바른 정책 나오겠나

통계청이 엉터리 통계조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은 가보지 않고 잘못된 지방자치단체 자료를 그대로 베끼는 부실 통계조사가 빈발했다는 것이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던 지역의 가축 통계 조사를 맡은 공무원은 양계 농가를 방문하지 않고 면사무소 기초 자료를 그대로 통계시스템에 입력했다. 그 탓에 4만8천여 마리의 닭이 사육되고 있지만 통계상으론 기르는 닭이 한 마리도 없는 것으로 처리되고 말았다. 무연고 사망자가 인구동향 통계에 포함되지 않거나 경지 면적 수치가 실제보다 적게 발표되는 사례도 같이 적발됐다.

통계청의 '현장 조사 담당 공무원 행동지침'에 따르면 분기별 조사 시 최소 1회 이상 방문'면접 조사를 하고 현장조사를 할 때는 반드시 경영주를 면접하거나 확인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가축 통계 조사를 한 공무원은 조사 대상 80여 농가 중 70여 곳은 방문도 통화도 하지 않았다. 명백한 직무 유기다.

정확하고 정밀한 통계가 밑바탕이 돼야만 올바른 정책을 세우고 추진할 수 있다. 현장조사도 하지 않고 대충대충 하는 엉터리 통계조사는 정책의 기초 자료가 될 수 없다. 실상과 다른 통계는 정확한 현실 진단은 물론 미래 전망도 불가능하게 하여 혼란만 낳을 뿐이다.

작년 기준으로 국내 371개 통계 작성 기관 중 통계 담당자를 둔 기관은 54개에 불과하고, 담당자가 있는 기관도 평균 1.8명에 그쳤다고 한다. 통계조사 인력이 부족하다면 충원하는 게 당연하다. "내가 하는 통계조사가 국가정책의 초석이 된다"는 담당 공무원들의 사명감 확립도 필수적이다. 정책 수립의 근간이 되는 통계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돼야만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