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마키아벨리 공식과 삽질의 경제

요즘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텃밭을 일군다. 조금만 시기를 놓치면 잡풀들이 텃밭을 온통 점령한다. 누구는 '태평농법'이니 '자연농법'이니 하면서 가만히 두고 씨만 뿌리고 나중에 거두기만 하라고 하지만, 아직도 나는 그런 농법에 확신을 갖지 못한다. 어머니가 그랬듯, 농약과 제초제를 치지 않고 그저 부지런히 땅을 일구고 호미로 흙을 북돋워 작물을 돌보고 내가 직접 만든 똥오줌 거름으로 땅을 기름지게 하는 것이 내가 실천하는 소박한 유기농법의 전부다. 땅을 일구면서 거듭 확인하는 것은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원리다. 원래 농사란, 정직과 진실의 경제다. 대개의 공업이나 상업처럼 과장이나 허상을 기초로 움직이는 경제가 아니란 말이다. 열심히 땅을 일구어 씨앗을 뿌리면 반드시 땅과 하늘은 사람에게 보답을 한다. 생각보다 많은 소출을 준다.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데 오늘날 경제는 참 이상하다. 마키아벨리주의 공식이란 것이 있다. 원래 덴마크에 있는 올보르대학의 벤트 플뤼브예르그 교수가 고안한 것이다. 대형 건설 사업에 있어 프로젝트 제안자들이 대체로 비용 및 환경 영향은 과소평가하되, 개발 효과나 이익은 과대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런 엉터리 조작이 일상화하니 생명 살림의 입장에서는 가장 부적절한 것들이 더 잘 살아남는 기형적 현상이 발생한다. 플뤼브예르그 교수는 이것을 '역전된 다윈주의'라 부른다.

생각건대 이 마키아벨리주의 공식은 사익을 추구하는 민간 경제는 물론 공익을 추구한다는 공공 경제에서도 관철된다. 그것은 공익을 추구한다는 이름 아래 정치가나 행정가, 민간 기업 사이의 유착 관계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개발 동맹'이다. 결국 '눈에 드러나지 않는' 혈세는 국가의 조세권으로 강제 집행되는 반면, 그 혈세의 떡고물은 이러한 개발 동맹들에 의해 체계적으로 독점된다. 이러한 현상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분야가 '삽질의 경제'다. 원래 삽질이란 농사에서 땅을 파고 곡식을 심거나 도랑을 파서 물길을 잡을 때 필요한 것으로, 대단히 중요한 경제 행위다. 오늘날 '삽질'이란 마치 군대에서 불필요한 작업인데도 수많은 병사들의 인력을 놀릴 수 없으니 괜스레 땅을 파라고 했다가 또 괜스레 덮으라고 하는, 별 의미 없는 경제 행위를 일컫는다. 그러나 엄격히 말하면 장교 입장 또는 군대 입장에서는 쓸 데 '있는' 행위다. 그렇게 해야 뭔가 일을 했다는 표시를 낼 뿐더러 병사들의 군기가 잡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삽질의 경제' 원리가 국가적 대형 사업으로 확장되면 더욱 심각하다. 그것은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실익은 없이, 수천억에 이르는 혈세가 그 납세자인 국민도 모르는 사이에 개발 동맹에 의해 독점 분배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2001년 3월에 협약이 체결된 인천공항철도는 4조원이 투입된 최대 민간 투자 사업이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30년 간 운영해 원리금을 회수하는 방식인데 이 사업의 최소 운영 수입 보장률이 자그마치 90%에 달해, 기업 입장에서는 사실상 투자 위험이 거의 없이 엄청난 수익을 확보하는 형식으로 계약이 체결됐다. 물론 그 수익을 위해 혈세가 충당된다. 마키아벨리주의 공식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2007년에 개통된 인천공항철도의 실제 수요는 원래 예측치의 7%에 불과했다. 향후 30년간 모두 생각하더라도 원래 예측치의 30% 수준 정도라 추정된다. 건설 과정에서 비용은 예측치보다 더 많이 들고, 수익은 예측치보다 훨씬 낮게 나오니, 결국 비용 부분에서 엄청난 혈세가 낭비되고, 또 수익 보장을 위해 천문학적 혈세가 낭비된다. 실제로 지난 2년 간 2천700억원의 국고보조금이 지급됐고, 앞으로 30년 간 연평균 4천610억원, 총 13조8천억원이 소요될 것이라 한다. 엄청나다.

이렇게 왜곡된 경제를 바로 잡으려면 다시금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원리로 돌아가야 한다. 성실하고 정직하게 땀 흘리는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땅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 존중받는 그런 사회여야 한다. 탐욕과 허세를 버리고 본심을 회복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이 떳떳하게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가 하는 점이 핵심이다. 그럴 때 마키아벨리주의 공식은 더 이상 쓸모없게 될 것이다.

강수돌(고려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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