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 심합니다. 곧 모내기를 해야 할 시기인데 댐이 말라 논에 댈 물은커녕 먹을 물조차 귀하게 되었습니다. 연일 뜨겁고 맑은 날만 계속된다는 일기예보를 들으면 막막함이 더합니다. 타들어가는 것은 논바닥만이 아닙니다. 농민의 마음도 함께 타고 있습니다. 기우제라도 올려야겠다는 농민의 마음이 절박합니다. 이쯤 해서 기상대 일기예보관이 조만간 시원한 소나기가 내릴 것이라는 말 한마디 해주면 좋겠습니다. 기다리는 희망이라도 있으면 마음이나 덜 답답할 것입니다.
올해 가뭄은 세계적인 현상인 것 같습니다. 그 때문에 산불이 잦고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모양입니다. 중국 남부지방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예년 같으면 벌써 우기가 시작되었을 시기인데도 올해는 아직 비 한 방울 없다고 합니다. 덕분에 빨래는 잘 마르지만 먹을 물이 없어질까 걱정이랍니다. 인공강우를 개발하여 자연을 조작할 수 있다던 인간의 기술이 가뭄 앞에 무용지물임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여전히 인간은 하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역사 이래 인류는 나름대로 날씨를 예측하려고 무던히 애를 써 왔습니다. 예측 가능한 힌트를 찾기 위해 하늘과 땅의 자연적 징조를 조심스럽게 관찰하였습니다. 하늘의 색깔에서부터 식물과 동물의 움직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날씨에 관한 중요한 실마리로 생각했습니다. 윤일희 교수의 '스토리 기상학'(경북대학교 출판부, 2006)을 보면 그 자세한 이야기들을 알 수 있습니다.
기원전 6세기 경 중국의 철학자 라오쭈는 "강한 바람은 아침 내내 지속되지 않고, 호우는 하루 내내 지속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기원전 3세기경 그리스의 철학자 솔리의 아라토스(Aratos of Soli)는 "만약 초승달이 뚜렷하고 깨끗하게 나타나면 날씨가 맑을 것이다. 만약 달 주위에 붉은빛의 무리가 있으면 바람이 탁월해지지만, 두 가지 모두가 없어지면 호우가 따를 것이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성서에도 날씨 예보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마태복음 16장에 보면 "저녁 무렵 하늘이 붉으면 날씨가 청명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침에 하늘이 붉고 구름이 낮게 깔리면 그날 날씨는 나쁠 것이다"고 적고 있습니다. 민간에 전해오는 속담에도 날씨 이야기가 많습니다. '송어가 높이 뛰면 곧 비가 온다.' '음파가 멀리 넓게 퍼지면 폭풍이 일어난다.' '새가 낮게 날면 비바람이 분다.' '비가 올 위험이 있으면 거미는 줄을 짧게 치고, 가늘고 길게 치면 날씨가 좋다.'
구전되어 온 날씨 예측 방법들은 때로는 신기하게 맞기도 하지만 대부분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일기예보의 사기에 희생되지 않으려고 과학적 일기예측기술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그 결과 영국의 기상학자인 루이스 리처드슨에 이르러 최초로 수학적 날씨 예측의 단계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대기 운동을 나타내는 복잡한 방정식들을 한 단계 한 단계 계산하여 풀어낸 것입니다. 그는 그의 아이디어를 실용화하기 위해 극장 안의 큰 집회장에 '예보 공장'을 계획하였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6시간이라는 계산 간격이 너무 길어서 수치 오차가 축적된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시도는 1940년대 중반에 이르러 최초의 전자계산기인 에니악(ENIAC)이 만들어지면서 실현되었습니다. 지금은 1초에 160억 연산이 가능한 'CRAY Y-MPC90'같은 슈퍼컴퓨터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윤일희 교수의 저서에는 이들 이야기들이 조목조목 설명되어 있습니다. 오늘날 날씨 관측에는 레이더, 기상위성, 자동기상관측기 등의 도구가 사용된다는 이야기, 기술 발전의 과정과 연구자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토네이도와 허리케인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습관처럼 일기예보를 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인간의 생멸을 좌우할 가장 필수적이고 본질적인 학문, 기상학 덕분이었습니다.
경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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