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속도로를 들고날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통행료 징수 방식의 변화다. 수동으로 통행료를 정산하는 기존 방식과 별도로 자동 정산 방식이 도입돼 요금소를 그냥 지나가는 차량이 부쩍 늘었다. 소위 '하이패스'라는 시스템인데 차량이 진입하면 자동으로 요금이 계산되는 'ETC'(Electronic Toll Collection)라는 무인 요금 징수 방식이다.
ETC는 2차대전 때 피아를 구별하기 위해 자국 차량이나 비행기를 등록하는 기술에서 비롯됐다. 이를 도로 교통에 적용한 것은 1986년 노르웨이 베르겐이 최초다. 이후 세계 각국에서 이 방식을 도입해 운용 중이다. 2002년 이를 시작한 일본은 시행 4년 만에 단말기 보급이 1천만 대를 넘어서 ETC 차량이 고속도 이용 차량의 50%를 넘는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 2004년 시범 도입 이후 올해 2월로 단말기 보급이 200만 대를 넘어섰고 고속도 이용 차량의 30%가 이 방식으로 요금을 정산한다는 통계다.
이 시스템은 요금소를 추가 건설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기존 방식에 비해 최대 4~7배 정도 빠르게 교통량을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편리함 이면에 자칫 운전자 부주의나 오작동으로 사고가 나지 않을까 늘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요금소에서의 크고 작은 사고에 관한 보도가 끊이지 않아 더욱 그렇다. 어저께 하이패스 차단기 앞에서 발생한 추돌사고로 운전자가 숨졌다는 보도도 있었다. 심각한 것은 단말기 오작동 건수가 매달 1만 건을 넘는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일본의 경우 ETC 통과 차량을 반드시 정지시킨다고 한다.
운전자가 하이패스를 통과할 때 기술 특성상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늘 사고 불안감을 갖고 운행해야 한다면 분명 심각한 문제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의 하이패스 사업 관련 보고서도 "하이패스 방식은 고속도로 이용자에게 비용 부담을 안겨주고 이용에 불편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교통 흐름을 원활히 하고 편하자고 하는 제도인데 역효과가 난다면 사람을 탓하기 전에 기술방식을 재점검해야 한다. 아무리 발전된 방식이라 하더라도 이용자가 부담을 느낀다면 좋은 제도라고 할 수 없다. 더욱이 운용이 미숙하거나 기술 개선을 게을리할 경우 단순히 불편함을 뛰어넘어 더 큰 화를 부르게 됨은 자명한 이치다.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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